美 국방 지명자 “北은 핵보유국” 핵군축·ICBM 동결 ‘딜’ 가능성 정부 “北 완전한 비핵화 목표 불변” 동맹 청구서·대중견제 압박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꾸릴 새 행정부의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취지의 표현을 쓴 데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어느 때보다 북·미 대화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우리 정부 입장이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피트 헤그세스(사진) 후보자는 14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해 “핵 보유국으로서 북한의 지위(The DPRK’s status as a nuclear power)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 사거리 증대에 대한 강한 집중, 증가하는 사이버 능력은 한반도, 인도·태평양 지역 및 세계의 안정에 위협이 된다”고 인사청문회에 제출한 사전 답변서에서 밝혔다. 정부는 15일 북한 핵보유국 인정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북한 비핵화는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일관되게 견지해 온 원칙으로, 핵확산금지조약(NPT)상 북한은 절대로 핵보유국의 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현 행정부도 즉각 “우리는 이를(북한 핵보유국) 인정하는 데까지는 가지 않았다”고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이 답했다. 그간 미 당국자들은 북한에 대해 해석의 민감성을 불러일으키는 ‘핵보유국’ 표현을 자제해 왔다. 그렇기에 헤그세스 후보자의 발언은 미국 정부가 지켜 온 북한 비핵화 목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따라서 북·미 대화가 시작된다면 북한 핵을 인정하고, 핵 군축 협상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동결하는 수준의 딜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측이 북·미 대화를 원하더라도 굳이 핵보유국이라고 선제적으로 못 박을 이유는 부족하다는 점에서 단순 말 실수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북미유럽연구부)는 “북한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고 핵 능력도 고도화됐다. 트럼프 1기에 비해 협상은 더 어려워진 상태”라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정치적 결정을 한다면 국내 정치에서 본인이 끌어안아야 하는 위험이 엄청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헤그세스 후보자는 중국의 위협을 거론하면서 “인도태평양에서 억제력을 급히 강화할 프로그램을 식별하기 위해 노력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새 국방전략(NDS)에 따라 그런 프로그램을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듯하다. 우선 동맹 유지에 대한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이미 마무리됐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협상 재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 미군 감축 또는 철수를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미국은 한반도 방어라는 주한미군의 전통적 역할에서 벗어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포괄적인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따라서 주한 미군 재조정이나 감군 또는 철수 등에 대한 논의 가능성이 있으며, 방위분담금 재협상은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핵보유국’(nuclear power)과 ‘핵무기 국가’(nuclear weapon state)=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공식적으로 인정된 핵무기 보유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이다. 이들에겐 ‘핵무기 국가’라는 표현을 쓴다. 인도, 파키스탄 등도 핵무기를 갖고는 있지만 NPT에서 공식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지 않아 핵 보유국으로 불린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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