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엔 강경대응, 노조회계 공시 도입…근로손실일수 1/3↓
유보통합 현장 잡음에 난항…늘봄학교 인력·공간 확보 숙제
|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월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 심판대에 서게 되면서 윤석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의료·연금·노동·교육 등 4대 개혁은 사실상 진전이 어렵게 됐다. 탄핵 인용 시는 물론이고 기각되더라도 레임덕과 거대 야당과의 갈등으로 정책 동력을 되찾기 힘들 전망이다. 결국 현재 진행 중인 내용까지가 최종 성적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더팩트>는 이번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가량 진행된 4대 개혁의 추진 과정과 현황, 성과를 분야별로 살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이헌일·이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노동 개혁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걸고 거대·강성 노조와 철저하게 선을 그으며 강경한 대처로 일관했다. 이는 사회 전체적으로 파업 일수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으나 노동계와 정부의 긴장이 고조되는 부작용도 피할 수 없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관행·제도 선진화를 목표로 노동 개혁을 추진해왔다. 투쟁 중심의 불합리한 노사 관행과 전통 제조업·공장제 기반의 낡고 획일적인 제도가 경제의 역동성과 노동시장의 적응력 약화를 초래한다는 문제인식에서 출발한 정책 기조다. 이 정책은 초기에는 주로 정부가 각종 노조 파업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형태로 표면화됐다. 2022년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 파업에 대해서는 "불법은 방치되거나 용인돼서는 안 된다"며 법치주의를 강조했고, 이런 대통령의 강경한 태도에 공권력 투입 우려까지 제기됐다. 같은 해 11월 화물연대 파업 때도 같은 기조로 대응했고, 결국 물류 대란이 현실화하고 건설 현장이 직격탄을 맞는 결과를 낳았다. 이어진 지하철 노조 파업도 타협보다는 원칙을 내세워 대응했다. 정부가 불법 파업에 법치주의·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면서 근로손실일수가 줄어드는 성과는 있었다. 윤석열 정부의 근로손실일수는 문재인 정부 평균인 172만 일의 1/3 수준인 64만 일로 감소했다. 그러나 노동계의 반발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또한 의대 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갈등처럼 강경대응을 고수하면서 사태 장기화를 야기한 사례도 있다. 의대 학부생과 전공의까지 참여한 의료계 파업은 1년 여째 진행형이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2024년 3월 9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퇴진, 노동권-사회공공성 쟁취 노동자 행진에 참가해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노조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겠다는 의지는 노조 회계 공시제도 도입에서도 드러났다. 투명성을 높인다는 목표 아래 추진하면서 공시를 거부한 노조 조합원에게는 세액공제에 불이익을 주는 등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 결과 2023년과 지난해 2년 연속으로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와 산하 조직 중 90% 이상이 회계 공시를 완료했지만 '노조 길들이기'라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된다. 이밖에도 2023년 1월에는 일부 노조가 요구하는 고용 세습을 두고 "현대판 음서제, 비상식적 관행으로 노동시장 내 불공정의 상징이자 불법적 채용 비리"라며 "기회의 평등을 무너뜨려 공정한 경쟁을 원천 차단하는 일부 노조의 특권으로, 부모 찬스에서 소외된 청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2월에는 건설현장의 갈취·폭력 등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조폭, 학폭 등과 비슷한 맥락으로 '건폭'(건설현장 폭력)이라는 신조어를 사용해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주 52시간제를 보완하는 유연 근로시간제 도입을 추진했다. 월, 분기, 연 단위로 업무 특성에 맞춰 근무시간 조정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목적이다. 그러나 과도한 연장근로를 우려하는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혀 여전히 답보 상태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10일 열린 관계부처 합동 주요 현안 해법회의에서 "노동개혁의 핵심 성과인 노사법치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노동현장 불안요인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며 올해도 변함없는 기조를 확인했다. | 비상계엄령이 해제된 2024년 12월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4대 개혁 중 교육 개혁은 유보통합과 늘봄학교 확대 등 정책으로 대표된다. 노동 개혁과 비슷하게 일부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지만 현장에서 잡음도 작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영유아 보육 분야의 오래된 숙제였던 유보통합 실행계획을 발표하고 유치원과 어린이집 관리체계를 교육부로 일원화하며 본격적인 추진에 나섰다. 이후 시범사업과 함께 연내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현장의 반발과 갈등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지난달 예정이었던 공청회도 불발됐다. 교사 신분과 처우 등 근본적인 지점부터 문제제기가 지속되는 양상이다. 초등학생 방과 후 돌봄 공백 해소를 목표로 추진하는 늘봄학교는 지난해 초등학교 1학년에 적용하면서 첫 발을 뗐다. 전체 대상 학생 중 80% 이상이 참여했고, 참여 학부모 만족도도 80% 이상을 나타내며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는 평가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으로, 내년에는 전 학년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현장에서 인력과 공간 부족 문제를 호소하고 있어 전면 확대까지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교육부는 주요 현안 해법회의에서 "아이들이 늘봄학교에서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지역대학 연계·관계부처 협업 등을 통해 양질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늘봄학교 전담운영체제 안정화와 교실환경 개선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특히 3월 신학기 시작 전에 교육청과 함께 늘봄학교 운영 준비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차질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honey@tf.co.kr koiflag@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