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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북한의 핵 실험 성공 등보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약화했을 때 확장억제에 대한 믿음을 더 낮추는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창립 19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고지영 고려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미국 민주주의 후퇴와 확장억제의 신뢰성’이란 제목의 발표에서 이 같은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란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핵 공격을 막는 다양한 수단을 의미한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 이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뒤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였다.
핵우산과 비슷하게 쓰이던 이 용어는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개념이 더 보강됐다.
핵우산이 포괄적이고 정치적인 개념이라면, 이를 군사전략적으로 구체화한 것이 확장억제다.
자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등을 노골적으로 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등장과 함께 확장억제를 포함한 한·미 동맹의 굳건함에는 우려가 표시돼 왔다.
동맹을 강조한 조 바이든 행정부 때와 사뭇 달라지는 분위기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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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가 바뀐듯 보여도 확장억제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약화되지 않았음을 반복해서 언급했다.
이는 확장억제의 신뢰성에 대한 기존 연구가 “동맹국의 능력과 의지에 초점을 맞춘 설명이 주를 이룬다”고 한 고 교수의 분석과 맞닿아 있다.
동맹국이 확장억제 제공을 위한 충분한 ‘능력’을 갖춰야 하고, 동맹국이 확장억제를 제공 및 보호하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데에만 방점이 찍혀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정말 충분할까. 동맹국 입장에서 다른 고려 요소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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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배경으로는 미국의 민주주의 지수가 실제로 하락 추세라는 점이 지목됐다.
민주주의 국가가 일반적으로 권위주의 국가보다 동맹 공약을 이행할 가능성이 높으며, 민주주의 후퇴는 이러한 강점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전제 아래 고 교수는 ‘미국 민주주의 후퇴는 동맹국 내에서 미국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약화시키고 자체 핵무장에 대한 선호를 증가시킬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한국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미국의 핵 우산을 더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상황은 어떤 것인가’를 묻는 설문실험이 진행됐다.
응답자들은 확장억제 신뢰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요소들과 미국 민주주의 상황을 무작위로 배정받은 뒤 미국의 핵 우산을 더 신뢰할 수 있는 쪽을 택했다.
그 결과 미국 민주주의가 약화되는 것이 한국인들에게는 미국의 확장억제를 눈에 띄게 믿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이 확인됐다.
고 교수는 “미국이 군사적인 신호나 의지를 천명한다고 해도, 미국 내 계속되는 민주주의 후퇴는 미국의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점차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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