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무더위가 가고 어느덧 선선한 날씨의 가을이다. 국립공원의 숲도 푸르른 신록을 벗고 붉고 노란 단풍 옷으로 갈아입었다. 무더위를 피하려 국립공원의 신록이 물든 산과 맑은 계곡을 찾아왔던 국립공원 이용객들이 이제는 저 푸른 하늘을 이불 삼고 붉게 타오르는 단풍을 베개 삼아 국립공원의 야영장을 다시 찾고 있다. 계절의 변화, 절기의 이치를 다시 느끼는 경이로운 순간이다.
계절마다 야영은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지만, 특히 가을철 국립공원 야영은 오감을 자극한다. 숲이 만들어 낸 노란, 주황, 빨간 형형색색의 단풍과 높디높은 저 하늘은 마치 화폭으로 들어간 듯 눈을 즐겁게 하고, 가을의 바람 소리와 낙엽 밟는 소리는 우리의 귀를 편안하게 한다. 봄꽃 향기처럼 진하지 않지만, 가을에 피는 꽃향기는 은은하게 콧잔등을 스친다. 그뿐만 아니다. 여름철의 습도와 더위, 겨울철의 건조함과 추위로 고통받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매력은 역시 ‘결실의 계절’ 가을에 먹는 풍성한 음식에서 찾을 수 있다. 곡식과 과일이 여무는 가을날 야외에서 먹는 음식의 맛은 그 무엇보다 마음을 풍족하게 한다. 천년고찰 갑사 템플스테이 투어에서 맛보는 사찰음식은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계룡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남다른 가을의 정취이다.
그러나 이러한 오감 만족도 나 자신의 안전이 확보되어야 느낄 수도, 누릴 수도 있다. 해마다 야영장에서 발생하는 사고 소식을 언론보도로 접할 때마다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3년 ) 전국에서 캠핑(야영) 관련 안전사고는 총 596건에 달한다. 이중 가을철에 발생한 사고는 168건으로 약 30%에 달했다. 사고 유형은 넘어짐, 화상, 가스중독, 베임/찔림/잘림/긁힘, 물림/쏘임 사고 순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야영장에서의 안전사고는 우리에게 아무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다. 인생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간 야영이 인생의 끔찍한 기억으로 평생 남을 수 있다. 이러한 야영장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즐겁고 안전한 야영을 즐길 수 있도록 우리 국립공원공단에서는 다음의 다섯 가지 사항을 권장하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준수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첫째 넘어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영지 간 이동 시 개설된 통로로만 이동하여야 한다. 영지에 치이는 텐트에는 고정줄 식별표시를 하고 야간에 이동 시에는 손전등을 사용하여야 줄 걸림에 따른 넘어짐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음주 또한 야영장 넘어짐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지나친 음주 행위는 자제하여야 한다.
둘째 잠깐의 방심이 큰 화마로 번질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우선 지정된 장소에서만 화기를 설치하는 것은 필수이며, 음식을 조리할 경우 휴대용 가스레인지 크기보다 큰 조리도구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뜨거운 곳 인근에 부탄가스 통을 놓지 않아야 한다. 모닥불로 인한 사고 발생 또한 예방하여야 한다. 강풍이 불 경우는 ‘불멍’ 행위를 자제하고 취침 시에는 반드시 불씨를 제거하여야 한다. 전기연장선 피복 손상, 전열 기구의 과열, 배터리 폭발 등도 화재 사고 발생 요인이므로 수시로 상태를 점검하여야 한다. 또한 화재 발생 시 즉각 대응이 가능한 소화기의 위치와 사용법도 숙지하여야 한다. 국립공원 야영장에는 영지별로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어 누구든 신속하게 초기 대응이 가능하다.
셋째 영지 내 설치한 텐트의 환기를 철저히 하여야 한다. 조리나 보온을 이유로 텐트 내에서 숯불, 모닥불, 가스 등 화기를 사용하면, 일산화탄소 중독의 발생 위험이 증가하고, 밀폐공간 내에서 불씨 등에 의한 가스폭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텐트 내에서 화기를 사용한다면 내부를 수시로 충분히 환기시키고, 국립공원 야영장 내 일산화탄소 감지기 무료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여 중독사고를 예방하여야 한다.
넷째 야영장 주변의 동·식물에 의한 물림·쏘임 사고에 주의해야 한다. 국립공원 야영장은 특성상 자연생태계 보전상태가 우수하여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영지에서 벗어나 풀숲에 들어갈 경우 긴소매, 긴바지를 입고 해충 방지를 위한 퇴치제 등을 구비하여 물림·쏘임사고를 예방하여야 한다.
다섯째 비상 구급약품을 준비하여야 한다. 국립공원 야영장은 주로 도심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어 응급상황 시 병원 이송 또는 약품 구매가 어렵다. 또한 야영장을 찾은 이용객이 음주한 상황이면, 차량 이동도 어렵기 때문에 더더욱 대처가 어려워진다. 조리행위 등으로 인한 베임, 찔림, 잘림, 긁힘 사고 및 해충·독충에 의한 물림/쏘임 사고 시 즉각적인 응급조치를 할 수 있도록 구급약품을 필수적으로 상비하자.
이러한 수칙은 평소 대다수가 보편적으로 인지하고 있어, 쉽게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야영장 이용 시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용객 대다수가 들뜬 기분에 몸과 마음이 해이해진 상태에서, 막상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당황하여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나는 괜찮겠지” 하는 개개인의 안전 불감증을 불식시키고 안전의식을 생활화하는 습관을 길러야 야영장에서의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다시 한번 국립공원 가을 캠핑 “안전 5계명”을 상기하고 준수하여 가족, 친구, 연인과 국립공원 야영장에서 인생의 한 페이지를 아름답게 장식하길 기원한다.
대전세종충청취재본부 이병렬 기자 lby442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