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트랜스젠더 여성이 자신에게 강제로 전기충격 치료를 한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승소했다. 이러한 유형의 소송이 승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은 지난달 30일 중국 허베이성의 창리현 인민법원이 한 판결에 대해 보도했다. 당시 창리현 인민법원은 본인 동의도 받지 않고 전기충격 요법을 한 정신병원이 '링얼(靈兒)'이라는 예명을 가진 트랜스젠더 여성(28)에게 6만위안(약 1000만원)을 보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이 여성은 2022년 7월 부모에 의해 친황다오시의 한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하게 됐다. 법적 성별이 '남성'인 링얼은 자신의 정정 성별로 '여성'을 선택했고 2021년 부모에게 커밍아웃했다. 이후 링얼의 부모는 이에 완강히 반대하는 태도를 보이더니 급기야 링얼의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면서 그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결국 링얼은 이 병원에 97일 동안 입원했다. 그는 입원 기간 "동의 없이 7번의 전기충격 요법이 진행됐다"며 "이 때문에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심장질환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또 "병원에서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선택권이 없었고, 전기충격 요법을 받을 때마다 기절했다"면서 "병원 측은 나를 사회적 기대에 순응하는 사람으로 '교정'하려고 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링얼은 지난 8월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다.
중국의 정신건강법은 자해하거나 타인의 안전을 위협할 상황이 아닌 한 강제로 정신과적 치료를 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해당 병원 의사는 "성 정체성 문제로 링얼의 부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이상한 논리로 맞대응했다. 하지만 결국 법원은 병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라며 링얼의 편을 들어줬다.
링얼의 승소 소식이 알려지자 국제 성 소수자(LGBTQ+) 진영은 "중국에서 트랜스 인권이 승리했다"며 기뻐했다. 중국 법과 시민사회를 주로 연구해온 다리우스 론가리노 미국 예일대 로스쿨 연구원은 "애초에 치료해야 할 질병 환자가 아닌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에게 의사들이 치료 목적으로 약물 투여나 전기충격 요법 등의 해로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2019년 중국 트랜스젠더 청년 38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5분의 1이 이른바 '전환치료'라는 이름의 성 정체성 변경 치료를 강제로 당해본 적 있다고 답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