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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DOGE는 미국을 구할까? [테크토크]
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4-11-24 14:00:00

미국 경제는 곧 심각한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제 성장률도 높고 주가도 최고치를 경신하는데 어째서냐고요? 바로 '정부 적자' 때문입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미국의 어마어마한 정부 적자는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미 재정부 금융 데이터를 보면 올해 회계연도(FY) 연방 정부는 6조7500억달러(약 9450조원)를 썼고 4조9200억달러(약 6890조원) 세입을 거뒀으며, 적자는 1조8300억달러(약 2562조원)였습니다.
국가 총생산(GDP)의 약 6.3%, 전쟁이나 국가적 재난을 겪던 시절에나 볼 법한 액수입니다.



통제 불가능한 정부 적자는 국가적 재정 위기로 번질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나랏빚이 갈수록 불어나는 건 물론, 정부 기구를 굴릴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합니다.
그 후엔 나랏빚의 이자인 국채수익률이 더 폭등할 테고 모기지, 중소형 은행, 소비자 심리에까지 연쇄 작용을 미칩니다.
따라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 1월 취임하자마자 적자 폭을 줄여 미국의 재정 시스템을 안정화해야 합니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든든한 우군이었던 테크 기업가 일론 머스크는 해결책으로 '정부 효율성 증진'을 내놓습니다.
연방 정부 부처의 낭비를 모조리 없애 버리면 최대 2조달러(약 3400조원)의 예산을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그의 말대로 되면 미국은 처음으로 정부 흑자를 달성하게 될 겁니다.


정부도 빅테크처럼 대량해고 할 수 있을까?


머스크의 비전을 실현할 부처는 정부 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DOGE), 줄여서 도지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트루스 소셜'에 올라온 공지에 따르면 도지는 대통령 자문기구의 일종으로, 정부 기구의 효율성을 늘려 운영 비용을 삭감할 다양한 '조언'을 건넵니다.


머스크가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을 도입해 정부를 효율화할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머스크는 엑스(X)에 "정부 관료주의를 철폐하고 과도한 규제를 없애고, 낭비적 지출을 줄이고, 연방 기관의 구조조정"이라고 썼습니다.
즉, 마치 테크 기업들의 레이오프(layoff·대량해고)를 통한 비용 절감과 비슷한 접근법을 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 테크 기업들은 호황기에 수많은 엔지니어를 고용했다가, 불황기에 접어들면 대규모로 방출하는 데 능합니다.
그리고 머스크는 이런 구조조정 전략에 도가 튼 경영인입니다.
그의 테슬라는 과거 아직 제대로 된 공장 시설도 없던 시절 수많은 구조조정을 통해 살아남았습니다.
머스크는 트위터(엑스의 옛 이름)를 인수한 뒤 1000명이 넘는 직원을 해고하면서 효율화에 집중했습니다.


이런 테크 기업의 경영 전략을 정부에 도입한다면? 그 형태는 '쓸모없다고 판단되는' 부처를 통폐합하고, 유휴 인력을 대거 해고하는 그림일 겁니다.
현재 연방 정부는 약 1950만명의 공무원을 고용 중인데, 머스크는 총비용의 30%를 삭감하겠다고 했으니 대략 585만명은 방출해야 합니다.


정부 '바깥'에 있는 도지, 실권이 없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도지가 '효율화 전략'을 구상하고 내놓는 건 머스크의 자유이지만, 실제 실행을 결정하는 건 의회입니다.
미국 정부 부처의 신설이 상원의 인준을 거쳐야 하듯이, 폐쇄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공화당이 미 하·상원의 다수당을 차지했다고 해도, 의원들이 도지의 제언에 '거수기 투표'를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봐야 할 겁니다.


특히 연방 정부의 재정 지출 중 상당수는 국방, 혹은 의료와 연관돼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공공 보건 시스템인 '메디케어'는 GDP의 16%가량을 차지하고, 수많은 주에서 공공 일자리를 창출합니다.
각 지역구 의원들의 '표심'과 깊이 연관돼 있다는 뜻이지요.


무엇보다도 공화당과 민주당은 깊이 분열돼 있지만, 항상 연방 재정부의 부채 한도를 늘리는 협상에선 초당적으로 협력해 왔습니다.
계속 나라가 빚을 져서 공공복지와 일자리를 지탱해 주지 않으면 당장 자기 자리가 위험해질 테니까요. 강력한 미 공무원 노조의 반발은 말할 것도 없고요.



또 하나의 문제는 도지의 '실권'입니다.
도지는 연방 정부 부처를 뜻하는 디파트먼트(Department) 명칭을 썼지만, 설명을 자세히 보면 일반적인 부처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정부 바깥에서 제언한다"고 기술됐기 때문이지요. 연방 정부 기관에서 디파트먼트란 재정부로부터 매년 일정한 예산을 배정받고 집행하며, 대통령이 뽑고 의회가 채택한 장관(Secretary)이 있는 부처를 뜻하는데, 도지는 예산도 없고 장관도 없습니다.


즉, 도지는 사실 정부 부처가 아닙니다.
말 그대로 정부 바깥에 있는 '조언가'에 불과할 뿐인 겁니다.
이런 위치는 따로 의회의 승인 없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사를 발탁할 수 있다는 점에선 유용하겠으나, 대신 실질적인 행정상의 권력은 0에 수렴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도지가 어떤 제언을 내놓든 백악관이 '무시'하면 그만이라는 겁니다.


민간과 정부의 차이

물론, 도지의 진정한 실체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으니 '정부 효율화' 달성 가능성을 미리 점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하지만 테크 기업과 정부 기구의 차이에 주목할 필요는 있습니다.


테크 기업이 레이오프라는 극약 처방을 통해 극단적인 효율화를 추구할 수 있는 건, 확고한 책임과 통제권을 가진 오너가 실제로 결정을 내릴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기업과 다릅니다.
정부는 투자자가 아닌 납세자의 돈을 받아 공공복지나 국가 안보를 보장하는 기관입니다.
또 일개 기업보다 훨씬 많은 인력이 일하는 곳이고, 의사 결정권을 가진 이들의 권력관계는 이사회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 복잡성을 지닙니다.
어쩌면 이런 차이야말로 정부 효율성 달성을 가로막는 진짜 장벽일 겁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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