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출범할 정부효율부(DOGE)의 공동 수장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반도체·청정 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급하고 있는 보조금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DOGE를 이끌어 갈 비벡 라마스와미는 26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의 인터뷰를 거론하며 “그들은 정권 인수 전에 지출(반도체 지원금 지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날에도 엑스에 “DOGE는 이런 막바지 수법을 모두 재검토하고, 감사관이 이런 막판 계약을 면밀히 조사하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러몬도 장관은 지난 20일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내년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까지 최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2022년 8월 시행된 반도체법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공장 등에 투자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게 핵심 골자다.
DOGE는 연방정부 관료주의와 과도한 규제, 낭비성 지출에 대한 ‘칼질을 담당하는 부서다. 라마스와미는 반도체법 지원금이 낭비성 보조금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의 산업 정책을 뒤집지 못하도록 보조금 수혜 기업과 합의를 마무리하고 관련 예산을 최대한 신속하게 집행하고 있다.
문제는 상무부가 지원 대상으로 선정한 기업 중 아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보조금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다만 러몬도 장관은 “내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일은 분명한 데드라인(마감시한)이라면서도 반도체법에 명시된 보조금이 철회될 가능성을 과도하게 우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설사 트럼프 당선인이 보조금을 취소하고 싶어 하더라도 지역구와 관련된 예산이 취소되는 것에 민감한 공화당 의원들이 이를 막으려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인텔에 최대 78억6600만달러를 지급한다고 발표했으며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다른 기업과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문제 삼아 계약 취소와 환수 조치 등을 할 경우 그동안 반도체법과 IRA 혜택을 받거나 보조금을 예상해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의 사업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 한국의 지난해 대미 투자 규모는 215억달러를 기록하며 대미 최대 투자국으로 올라섰다. 지난 2019년 한국의 대외투자 액수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50% 이상으로 급증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