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전기차 라이벌 비야디(BYD)가 부품 공급업체에 가격을 10% 인하할 것을 요구했다고 주요 외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기차 시장의 가격 출혈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보도에 따르면 허즈치 비야디 그룹 부사장은 이날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출된 이메일에서 공급업체들에 12월15일까지 부품가격을 10% 인하하도록 견적을 제출하고 내년부터 공식적으로 가격을 낮추도록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즈치 부사장은 "2025년 전기차 시장은 녹아웃 토너먼트와 그랜드 파이널에 돌입할 것"이라며 "비야디 자동차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공급업체 여러분이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비용 절감을 위해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전기차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저가 공세 및 출혈 경쟁에서 비야디가 한발 앞서나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외신은 "이 같은 조치가 이미 전기차 업계의 극도로 낮은 마진과 비야디의 대금 지급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급업체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비야디 부품 공급업체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부흥이 국내 근로자와 공급업체의 생계를 희생해 이뤄질 수는 없다"며 "우리는 귀사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고, 이처럼 기업 윤리와 인간 본성을 침해하는 유형의 협력에는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첫 9개월간 비야디가 공급업체에 귀속돼야 할 미지급금을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144일로, 전년(124일) 대비 16%가량 늘었다.
여론을 의식한 듯 비야디의 리윈페이 브랜딩 및 홍보 총괄 매니저는 SNS에 "매년 공급업체와 가격 협상을 하는 것은 업계의 일반적인 관행"이라며 "우리가 공급업체에 제안한 할인 규모는 의무사항이 아니라 협상 가능한 목표"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내년에 한층 가열될 전기차 시장의 가격 경쟁에 대한 예고편으로 보는 분위기다. 폴 공 UBS 자동차 분석가는 "2025년 초 중국 자동차 시장의 가격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최근 급증한 전기차 수요를 맞추기 위해 확장한 생산 시설을 유휴 상태로 둘 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비야디와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타이틀을 두고 각축을 벌이는 테슬라는 최근 중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SUV인 '모델 Y'를 1만위안(약 190만원) 할인해 시작 가격을 약 4% 인하된 23만9900위안으로 책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외신은 이날 중국증권보(CSJ) 보도를 인용해 상하이자동차(SAIC) 계열사 맥서스 역시 최근 공급업체에 가격 전쟁과 공급 과잉에 대비해 비용을 10% 절감할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전기차 '가격 전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의 한 임원은 "전기차에 대한 시장 수요가 강해도 지속적인 공급 과잉은 여전히 업계 모든 사람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초래할 것"이라며 "중국산 전기차가 일본 브랜드의 성공 스토리를 따라 세계를 휩쓸 기회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경쟁자가 제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중국 전기차 선두주자 비야디는 지난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2010억위안(약 39조원)을 기록하며 테슬라(약 35조원)를 넘어섰다. BYD가 분기 판매량에서 테슬라를 앞선 적은 있지만, 분기 매출을 추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