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은행 계좌에서 돈을 몰래 빼 내 도박 자금으로 쓰다 적발된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가 또 피소됐다. 오타니는 미즈하라를 상대로 자기 돈으로 구입한 야구 카드를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29일 AP통신 등 외신은 미즈하라가 오타니 몰래 은행 계좌에서 꺼낸 돈으로 온라인을 통해 32만5000달러(약 4억5000만원) 상당의 야구 카드를 구입했다고 보도했다.
미즈하라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캘리포니아에서 성장했고, 고등학교 시절 축구선수로 활약한 이력이 있다. 오타니와는 그의 일본 팀인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미국 선수들의 영어 통역사로 일하면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타니가 2017년 말 에인절스와 계약을 맺으면서 그의 개인 통역사가 됐다.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MLB 경기뿐 아니라 사적인 영역까지 함께하며 가족과 같은 동반자로 꼽혔다.
지인들도 "두 사람이 서로 떨어져 있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다"고 증언할 정도다. 개인 통역사일 뿐 아니라 비자, 운전면허, 핸드폰 개통, 렌트 계약, 운전사, 캐치볼 상대 등 생활 전반에 도움을 줬고, 미디어 관리 등 오타니와 관련된 모든 일은 미즈하라를 통해 이뤄졌다. 그뿐만 아니라 미즈하라의 아버지가 일식집을 운영하면서 오타니의 식단을 직접 챙기는 것도 유명한 일화다.
하지만 지난 3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서울 시리즈 기간 미즈하라는 불법 도박과 절도 의혹이 불거져 해고당했다. 미국 검찰 조사 결과 미즈하라는 오타니 계좌에서 약 1700만 달러(약 237억4000만원)를 빼내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사실이 밝혀져 지난 4월 은행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22년 소득을 미 국세청(IRS)에 신고할 때 410만 달러(약 57억2600만원)에 달하는 추가 소득을 누락하는 등 전체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혐의도 받는다. 검찰과 양형 합의를 통해 오타니에게 도박 대금 1700만 달러를 반환하고 미 국세청에 세금·이자·벌금 총 114만9400달러(약 16억500만원)를 납부하기로 했다. 미즈하라는 내년 1월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은행 사기와 허위 소득 신고 혐의에 대한 최대 형량은 각각 징역 30년, 징역 3년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