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학교 졸업생들이 취업에 실패하는 상황을 우려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하는 '느린 취업'을 택하고 있다.
30일 중국 온라인 채용 플랫폼 즈리안자오핀이 공개한 '대학생 취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졸자들이 '느린 취업'을 선택한 비율은 2021년 13.1%, 2022년 15.9%, 2023년 18.9%, 2024년 19.1%로 매년 상승 추세다. 졸업후 취업 대신 대학원 진학을 선택한 비중은 작년 4.9%에서 올해 6.5%로 높아졌다.
올해 중국 대학 졸업자수는 작년 보다 21만명 증가한 역대 최고치 1179명이다. 국가통계국이 전국 16~24세의 10월 실업률을 17.1%로 발표했지만 중국 전문가들은 통계가 축소됐다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장단단 베이징 대학교 국가발전연구원 부교수는 지난해 7월 발표한 논문에서 전국 16~24세 청년 실업률이 46.5%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매체 상관(上觀)신문은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기업이 채용을 줄였기 때문에 대졸자들이 단기간에 만족스러운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구조라고 짚었다. 졸업 후 원하는 기업에 취직하지 못하고 남성은 임시방편으로 택배 일을 하거나 여성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물건을 파는 일이 많아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 고용시장의 어려움이 몇 년째 이어지면서 대졸자들이 느린 취업을 택하자 '전업자녀'(全職兒女·취안즈얼뉘), '부실자녀'(爛尾娃·란웨이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전업자녀는 대학 졸업 후 저임금 일자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에 기대어 사는 청년들을 일컫는다. 또 부실자녀는 ‘어떤 일의 뒤끝이 나빠지다’를 뜻하는 란웨이(爛尾)와 ‘아이, 어린이’를 말하는 와(娃)의 합성어다. '란웨이러우(爛尾樓)'에서 유래했다. 러우(樓)는 중국어로 ‘다층 건물’이다. 즉 란웨이러우는 ‘뒤끝이 나빠진 집’ ‘마무리가 좋지 않은 집’ ‘짓다 만 아파트’ 등을 의미하는 말로 일반적으로 1년 이상 건설이 중단돼 방치된 아파트 등의 건물을 일컫는다.
중국 청소년 연구가 허유는 '전업자녀' '부실자녀' 등의 신조어를 두고 악화된 고용시장이 야기한 일시적인 사회현상이라고 짚었다. 그는 "일하고 싶어하는 대졸자들이 취업할 수 있게 일자리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젠웨이 중국 대외경제대학교 교수는 산업 구조조정으로 전통산업에 속하는 기업들의 채용인원이 점차 감소할 수밖에 없고, 이는 대졸자 취업난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또 소득이 높은 부모가 자녀의 직업 선택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면서 "학부 졸업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 '느린 취업'을 선택한 대졸자 60.95%가 부모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