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고위 당국자들이 새 지도부가 출범한 첫날인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전격 방문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EU가 우크라이나에 확고한 지지 의사를 내비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EU에 따르면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칼라스 외교안보 고위대표, 마르타 코스 확장·동유럽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동했다. EU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EU의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과 서방에서 받은 장거리 무기 사용 확대를 EU가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나토 가입 절차의 첫 단계인 '가입 초청'이 "우리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며 "러시아와 협상에 앞서 우리는 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강해지려면 나토가 우리의 안보를 보장하는 것과 더불어 더 많은 무기가 필요하다"면서 장거리 무기를 더 많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EU에 요구했다.
EU 고위 당국자들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내달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의 대(對)우크라이나 정책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성사된 것이다. EU에서 대표성을 지닌 고위 인사들이 임기 첫날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것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이며 러시아와 협상을 통한 신속한 종전을 공언한 트럼프 당선인에게 유럽 진영이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코스타 상임의장은 대외적으로 EU 27개국의 입장을 대표하며, 칼라스 대표는 외교장관에 해당한다. 마찬가지로 장관급 인사인 코스 집행위원은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에서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EU 신규 회원국의 가입 관련 업무를 관장한다.
코스타 상임의장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러시아의 침공 첫날부터 우크라이나와 함께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함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EU가 트럼프와 '거래적 언어'로 대화하고 우크라이나를 포기하는 게 미국의 이익에 해가 될 것이라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과 2022년 사이에 여러 차례 휴전이 있었지만, 우리가 본 것은 러시아가 휴전 조건을 존중하지 않고 더 많은 전쟁을 치렀다는 것"이라며 "(러-우 전쟁에서) 러시아가 승리하면 중국·북한·이란이 용기를 얻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