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석박사 과정에 합격했으나, 연구실 랩장에게서 입학을 취소하라는 압박을 받고 결국 이를 포기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랩장은 연구실 운영을 도맡아 하는 대학원생을 말한다. 1일 SBS는 "지난해 12월 광주과학기술원 생명과학부 대학원에 합격한 20대 A씨는 입학 전 자신이 속할 B 교수 연구실에서 인턴십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A씨는 인턴십 마지막 날 연구실 랩장에게 그만두라는 말을 듣고 머리가 하얘졌다고 한다. A씨가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랩장은 "우리 랩이랑 너랑 좀 안 맞을 것 같다. (입학을) 취소하는 게 맞는 것 같고. 교수님께서도 그렇게 말했고 내보내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신다"라고 말했다. 교수까지 입학 취소를 원한다는 말에 A씨는 결국 진학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랩장은 A씨에 보낸 문자에서 "학적 팀에서 입학 취소(입학금 환불) 관련해 연락한다고 했으니 안내 잘 받으면 된다"고 알리기도 했다. 이에 A씨는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다 보니 갑자기 머리가 하얘지고 지금 현실이 맞나 (싶었다)"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후 A씨는 학교에 문제를 제기했다. 학교 진상조사단은 A씨와 소통하기 어렵다는 학생들의 보고를 받은 B 교수가 랩장에게 지시해 A 씨에게 입학 취소나 연구실 변경을 종용했다는 조사 결과를 냈고, B 교수에게 감봉 3개월 처분을 내렸다. 랩장은 B 교수의 지시를 따른 것으로 보고 징계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B 교수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소청위)에 심사를 청구했다. 그는 "(랩장이) 거짓말로 막 얘기를 했다. 제가 나가라는 말은 한 적이 없다. 한 번도"라고 말했다.
소청위는 "교수가 랩장을 통해 연구실 변경이나 입학 취소 방안을 전달한 건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학생에게 압력을 행사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징계를 취소했다. 소청위는 징계 적절성만 판단했을 뿐 책임 소재를 따지지는 않았다고 밝혔으며, 학교는 소청위 결정에 따라 징계를 취소했다.
결국 A씨는 과학자의 꿈을 접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랩장은 "(교수님이) 지시하셔서 한 건데 기억을 못 하시더라"라며 여전히 교수가 시킨 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