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환심을 사려고 하지만 소통 창구를 확보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일(현지시간) "많은 테크 기업 CEO들이 로비스트, 대관 부서, 정치 컨설턴트를 통해 제 뜻을 관철하려는 것과는 달리 머스크는 로비 현장에 직접 뛰어들었다"며 "머스크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에 영향을 미치고자 했던 사람들은 당혹스러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업들이 머스크 CEO와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그의 독특한 로비 철학 때문이다. 머스크 CEO는 연방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자신이 직접 로비에 나서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고 지난 1년간 테슬라의 대관·홍보 기능을 대폭 축소했다. 또 로비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했으며, 자신이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임원들에게는 언론과의 접촉을 피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통상적인 로비 채널이 막힌 탓에 머스크 CEO와 접촉하려는 기업, 로비스트, 컨설턴트들은 머스크 CEO의 지인들에게 '문자 폭탄'을 쏟아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머스크 CEO와 일했던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일론에게 닿을 수 있느냐"는 전화와 문자 메시지가 쇄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 CEO가 소유한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연락하려는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머스크 CEO는 최근에도 정부효율부(DOGE)에 대한 조니 언스트 상원의원과 로 칸나 하원의원의 권고나 지원 약속에 댓글을 다는 등 엑스를 통한 정·재계 유력 인사들과의 소통 내용을 여러 차례 공유해왔다.
WP는 "머스크는 본질적으로 '이중 역할'을 하고 있다"며 "새로운 행정부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한편, 자신도 로비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정책과 인선에 입김을 불어 넣는 동시에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는 머스크 CEO의 독보적인 지위를 조명한 셈이다.
머스크 CEO가 이처럼 테슬라의 대관 운영을 전면 개편하고 직접 발로 뛰게 된 것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2022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제정 당시 로비스트들이 테슬라를 위해 더 많은 혜택을 얻어내지 못한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머스크 CEO가 본인이 직접 나서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것이다.
이 덕분에 머스크 CEO가 소유한 기업들은 규제가 많은 산업에서 활동하고 있음에도 다른 기술 기업보다는 로비에 적은 돈을 써온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로비 자금을 추적하는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지난해 로비에 역대 최대치인 287만달러를, 테슬라는 113만달러를, 엑스는 85만달러를 지출했다. 메타플랫폼, 구글, 아마존이 로비에만 연간 약 2000만달러를 쏟아붓는 것과 대조적이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