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토일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 수어 희화화 논란에 사과
MBC 토일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이 수어 희화화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제작진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드라마 제작진은 최근 시청자 게시판에 게재한 입장문에서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의 일부 수어 장면으로 인해 심려를 끼친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제작진은 수어를 부적절하게 다뤄 농인들과 한국 수어를 희화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 드라마는 사람들 간의 '소통'을 중요한 주제로 삼아 기획된 작품으로, 농인들의 소중한 소통 도구인 수어를 희화화하거나 조롱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 MBC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에서 극중 수어 통역사가 표현한 '산'을 앵커(오른쪽)가 손가락 욕으로 묘사하고 있다. MBC '지금 거신 전화는' 캡처 | 제작진은 "제작 과정에서 농인과 한국 수어가 직면한 어려움과 민감한 사안들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반영하려는 노력이 부족했음을 겸허히 인정한다”며 “앞으로 작품을 완성하면서 동일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2일 첫 방송된 '지금 거신 전화는' 1회에서는 주인공 홍희주(채수빈 분)가 수어 통역사로 등장해 산사태 뉴스를 전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이 과정에서 ‘산’을 의미하는 수어가 반복 송출되는 방송 사고를 다루며 웃음을 유발하려는 의도로 묘사됐다. 이에 뉴스 앵커 나유리(장규리 분)는 해당 장면에서 웃으며 홍희주에게 “이거 산이죠? 뫼산?”이라 말한 뒤, “잘했어요, 통역사님, 제대로 먹여줬네요 엿, 아니 뫼산”이라며 양손의 가운뎃손가락을 올리는 행동을 했다. 이 장면은 수어 ‘산’과 손가락 욕설을 결부시키며 비하 논란을 초래했다. 방송 직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수어 희화화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작성자는 “비장애인이 청각장애인의 소통 수단인 수어를 이런 방식으로 모욕하고 비하하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지금 거신 전화는' 게시판에 올라온 제작진의 사과문. MBC 홈페이지 캡처 | 중앙대학교 수어 동아리 손끝사이도 논평을 발표하며 해당 장면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들은 “'산' 수어는 손가락 욕과 수형이 다를 뿐만 아니라, 청인(비농인)에 의해 농담거리로 소비되는 것은 농인들에게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이는 단순한 무례를 넘어 차별과 조롱이자 혐오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수어를 청인의 오락거리로 전락시킨 드라마 제작진의 부적절한 행태를 규탄하며, 농인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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