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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하객에 세미나, 주총까지 역할대행 아르바이트 '인기'
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4-12-03 07:06:54
“각종 경조사, 포럼, 세미나, 주주총회 등 없는 것이 없습니다.

30대 남성 김모씨는 ‘역할 대행 아르바이트’를 자주 한다.
해당 아르바이트에 지원하면 업체로부터 의뢰인에 대한 사전 정보와 행사장에서 수행해야 할 언행을 지시받는다.
김씨는 “여러 가지 일자리를 찾아보던 중 역할 대행 아르바이트를 알게 됐다”며 “결혼식 하객은 계절을 안 가리고 주말마다 전국적으로 구인 공고가 나온다”고 말했다.


최근 하객, 조문객, 술집 손님 등 역할 대행 아르바이트가 인기다.
다른 사람 시선을 의식하고 과시하기 위해 사람을 동원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개인 간 단절된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3일 박모씨(28)는 “평소 인간관계가 넓지 않았는데 결혼하려니 초대할만한 사람이 별로 없어 걱정됐다”며 “하객이 별로 없으면 지인들, 부모님에게 안 좋은 이미지를 남길 것 같아 서비스를 알아보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 한 결혼 준비 카페에는 ‘하객 아르바이트’ 게시 글이 지난달에만 100여개 올라왔다.
또 다른 역할 대행 서비스 업체 홈페이지에서는 직장 상사·선배·부모 등 역할, 장례식 조문객, 시위·공연·시사회 등 행사참여자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었다.


역할 대행 아르바이트 업계 관계자는 “남에게 부탁하기 어려운 부득이한 상황이 많은데, 그럴 때 필요한 역할을 요구할 수 있어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점점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인간관계를 도구적인 방식으로 소비하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핵가족화와 초개인화가 된 우리 사회의 단면”이라며 “행사에서 과한 비용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점과 해당 행사의 진정한 축하나 추모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뿐만 아니라 메르스, 신종플루 등이 이어지면서 젊은 세대는 사람들과 만나 사회성을 기를 만한 기회가 부족했다.
이러한 원인이 축적돼 결과로 나타났다”며 “사회성이 부족한 세대가 겪는 어려움이 극복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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