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태로 인한 수련병원 진료 차질이 본격화한 지난 2분기 이후 상급종합병원에서 1·2차병원으로 회송한 환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이 환자를 협력병원으로 내려보내고 청구한 회송료도 급증했다.
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2~3분기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에서 2차병원으로 회송한 외래환자 수는 37만824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3% 증가했다. 2분기는 작년 동기 대비 26.1% 증가했고, 3분기는 68.5% 폭증하는 등 시간이 갈수록 상급종합병원에서 1·2차 병원으로 돌려보내는 환자가 폭증하고 있다.
회송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마쳤거나 상태가 안정된 환자를 종합병원 이하의 1차·2차 의료기관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및 고난이도 환자를 진료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2016년부터 의뢰·회송 시범사업을 실시 중이다. 지난해까지는 사실상 유명무실하다가 올 2월 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공백이 심각해지면서 환자 분산을 위해 상급종합병원의 회송 수가를 추가 인상하는 등 회송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자 회송료는 더 큰 폭으로 늘었다. 올해 2분기 상급종합병원이 심평원에 청구한 외래환자 회송료는 124억1606만원으로 작년 2분기(73억3382억원)보다 69.3% 증가했고, 3분기엔 172억4100만원으로 전년 동기(66억7258억원) 대비 2.5배 이상(158.4%) 급증했다. 지난 2~3분기 상급종합병원의 입원환자 회송은 약 5.1% 감소한 반면, 입원환자 회송에 따른 회송료 청구는 41.9% 증가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회송 건수, 회송 환자 수가 증가한 것은 그만큼 상급종합병원에서 2차급 의료기관으로 경증환자를 잘 내려보내고 있다는 뜻"이라며 "중증환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경증질환은 회송을 통해 적합한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의료전달체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들 회송 사례 가운데 현재 정부가 진행중인 전문의뢰 회송과 상관 없이 상급종합병원이 기존 환자를 계속 치료하거나 신규환자를 받을 여력이 안 돼 돌려보낸 경우가 상당수 포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지역 한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의정 사태 이후 전공의 등 의료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경증환자 뿐 아니라 신규 일반·초기 암 환자도 받지 못하는 형편"이라며 "검사·진단까지만 하고 수술이나 항암은 다른 종합병원, 지역 병원 등으로 보내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회송된 환자가 2차병원에서 적절한 진료를 잘 받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하은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이전에도 빅5 병원에서 회송된 환자들이 다시 다른 상급종합병원, 대학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의료 사태 이후 1차·2차 병원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이 다소 개선되고는 있지만 실제 이들이 회송한 병원에서 진료받고 있는지에 대해선 추적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또 "현재 정부가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을 위해 회송 수가를 인상하고, 중증환자 비율을 높이는 병원에는 추가 지원도 약속하고 있지만 과연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한 정책인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자칫 환자가 2차병원에서 상태가 더 나빠져 상급종합병원으로 되돌아올 경우 치료가 지연되고 의료비 지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