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주들의 압도적 지지를 등에 업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77조원 보상 패키지'가 미국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테슬라 이사회의 보상 패키지 승인 과정이 머스크 CEO의 압력 아래 진행됐다고 판단했던 지난 1월 판결을 고수한 셈이다.
CNBC는 2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 법원이 테슬라 이사회가 2018년 머스크 CEO에게 지급하기로 승인했던 560억달러(약 77조원) 상당의 스톡옵션 보상안을 기각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머스크 CEO는 지난 6월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테슬라 연례 주주총회에서 해당 보상 패키지를 비준하기 위한 주주 투표를 실시해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머스크 CEO가 이번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법원이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사건을 맡은 캐서린 맥코믹 판사는 "주주 투표가 비준 효과를 가질 수 있다 하더라도 여기서는 그럴 수 없다"며 보상 패키지 무효 소송을 제기한 테슬라 소액주주 리처드 토네타 측 변호인단에게 3억4500만달러(약 4852억원)의 변호사 수임료를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원고 측 변호인단은 성명을 통해 "법원 절차에 지속적인 불확실성을 주입하려는 테슬라의 제안을 거부한 맥코믹 판사의 판결에 만족한다"며 "판사의 합리적인 결정으로 테슬라 주주들의 문제가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머스크 CEO는 30일 안에 델라웨어 대법원에 항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월 560억달러로 치솟았던 보상 패키지의 가치는 이날 테슬라 종가 기준으로 1015억달러(약 143조원)에 달한다"며 "미국 기업 임원에 대한 역대 최고 수준의 급여 패키지가 무효가 될 경우 머스크의 재산을 엄청나게 갉아먹을 수 있지만, 급여가 지급되지 않아도 세계 1위 부호 타이틀은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테슬라의 주가는 전장 대비 3.46% 오른 357.0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머스크 CEO는 지난 1월 맥코믹 판사가 자신의 보상 패키지를 무효로 하자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절대 델라웨어에 회사를 세우면 안 된다"며 반발했다. 이후 머스크 CEO는 지난 2월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법인 소재지를 델라웨어에서 텍사스로 옮겼으며, 델라웨어에 위치했던 테슬라 본사의 법률상 주소 역시 텍사스주로 이전한 상태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