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2024년 76건 확인… 광역수사 착수 군부대 인근 식당 소상공인 타깃 위조 공문 등 보여주며 안심시켜 픽업 당일 음식상황 물은 후 잠적 대리구매 시켜 돈 가로챈 수법도 울산선 업주 2520만원 피해 발생 경찰, 조직적 범행 가능성에 무게
군 간부를 사칭해 음식점에 단체 주문을 하고 나타나지 않거나, 주문을 빌미로 최대 수천만원의 돈을 가로채는 범죄가 전국 각지에서 잇따르면서 경찰이 광역 수사에 착수했다. 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군 간부를 사칭해 소상공인에게 단체 주문을 넣은 뒤 잠적한 사건이 올 초부터 전국적으로 76건 확인됐다고 밝혔다. 피해는 부산, 인천, 울산, 경기남·북부, 강원, 충남·북, 전남·북, 경북, 경남청 등 12개 시·도경찰청에 접수됐으며, 주로 올 하반기에 집중됐다. | 국가수사본부. 연합뉴스 | 이 가운데는 음식 수십인분을 주문한 뒤 연락을 끊는 노쇼(예약부도)에 그치지 않고 소상공인에게 전투식량·식자재 대리 구매를 부탁하며 돈을 송금하게 하고 잠적한 사건도 24건 포함됐다. 경찰은 전날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를 집중 수사 관서로 지정하고 전국 사건을 병합했다. 사칭범은 군부대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위조한 공문과 지출결의서 등을 보여주며 업주들을 안심시키는 수법을 동원했다. 일례로 지난달 인천 중구 영종도 식당에서 자신을 ‘공군중사 김○○’로 소개하며 50인분의 단체 음식을 포장 예약한 사칭범은 휴대전화 메시지로 피해 업주에게 ‘부대 식품결제 확약서’라는 제목의 공문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문에는 부대명, 책임자 직인과 함께 “훈련에 필요한 식품에 대한 구매 비용 50만원을 지불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사칭범은 음식을 픽업하기로 한 날 오전 피해업장에 전화를 걸어 음식 준비 상황을 물은 것을 끝으로 잠적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육군참모총장 직인이 찍힌 공문으로 업주를 속인 피해 사례도 나왔다. | 지난 11월 인천 영종도의 한 식당에서 공군 간부를 사칭하며 단체 음식을 포장 예약하고 잠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식당 측이 준비한 불백 50인분. 연합뉴스 | 대량으로 음식을 주문한 후 전투식량·식자재 등의 ‘대리 구매’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돈을 뜯어낸 뒤 잠적하는 사기 수법도 자행됐다. 사칭범은 “군부대와 거래하는 업체를 소개해줄 테니 선결제하고 추후 대금을 청구하라”며 업주들을 속였다고 한다. 지난달 강원 정선에서는 170만원 상당의 돼지고기를 주문한 남성이 와인을 대신 주문해 달라며 500만원을 가로채는 사건이 발생했다. 단일 사건 기준으로 가장 많은 금전적 피해를 본 사례는 울산에서 발생한 사건(2520만원)이었다. 경찰은 대리 주문을 받은 업체가 사칭범과 연루돼 조직적으로 범행했을 가능성에 주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사칭범은 범행에 대포폰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이 동일인 소행인지, 금원을 편취할 목적으로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등 모두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며 “단순 노쇼는 범행 착수 시기에 따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와 사기미수 혐의를, 금원 편취 건의 경우 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상공인들은 대량 주문 접수 시 예약금 설정, 공식 전화번호 확인 등 각별한 주의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군 간부 사칭 노쇼 피해 사실을 온라인을 통해 공개한 충북 청주 소재 한 음식점 업주 A씨는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4년간 장사를 하면서 관공서든 회사든 단체 주문 건에 대해 선입금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이번에도 군부대라는 말을 믿고 30만원어치 음식을 준비했다가 손해를 봤는데,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토로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충남 공주시 아트센터 고마에서 ''다시 뛰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활력 넘치는 골목상권''을 주제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으로 노쇼 피해 구제를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2일 충남 공주시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노쇼 피해가 연간 4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소비자 및 판매자가 모두 공감하는 예약보증금제를 마련하고 분쟁해결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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