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륨 등 이중용도 품목 수출 불허 추가제재 발표 하루만에 맞대응 中 “美, 글로벌 공급망 훼손” 강력 반발 군사적 이용 가능 품목 대미 수출 봉쇄 韓 등 다른 나라로 확대 가능성은 낮아 “관련 국가와 대화 강화” 여지 남기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을 향해 연이어 ‘관세 폭탄’ 엄포를 놓자 중국이 핵심광물 수출 통제로 맞섰다. 중국 상무부는 3일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중화인민공화국 수출통제법 및 기타 법률 및 규정에 따라 국가 안보와 이익을 수호하고 확산 방지와 같은 국제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관련 이중용도 품목의 대(對)미국 수출 통제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상무부는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 초경질 재료와 관련한 이중용도 품목의 미국 수출을 원칙적으로 불허한다”며 “흑연 이중용도 품목의 미국 수출은 최종 사용자 및 최종 사용에 대한 보다 엄격한 검토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관련 규정을 위반하는 모든 국가 또는 지역의 조직이나 개인은 법률에 따라 책임을 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상무부의 발표는 이날부터 공식적으로 시행된다. 상무부는 수출 통제 배경에 대해 “최근 몇 년간 미국은 국가 안보 개념을 과도하게 확대하고 경제, 무역, 과학기술 문제를 정치화하고 무기화했다”며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하고 관련 제품의 대중국 수출을 부당하게 제한했으며 많은 중국 기업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억압과 봉쇄를 위한 제재 목록은 국제 무역 규칙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했으며, 글로벌 산업 및 공급망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해쳤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조치는 미국 등 서방이 반도체 등에 대해 대중 수출 통제를 이어오고 있는 만큼 중국 역시 군사적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품목의 수출을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은 지난해 8월부터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제한을 시행해오고 있다. 갈륨은 차세대 반도체, 태양광 패널, 레이더, 전기차 등에 들어가고 게르마늄은 광섬유 통신, 야간 투시경, 인공위성용 태양전지 등의 핵심 소재다. 중국은 전 세계 갈륨 생산량의 98%, 게르마늄 생산량의 68%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조치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추가 수출 통제 발표 하루 만에 나왔다. 앞서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일(현지시간) 수출 통제 대상 품목에 특정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을 추가한다고 관보를 통해 밝혔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로, 인공지능(AI) 가속기를 가동하는 데에 필요하다. 미국 상무부는 해당 조치가 중국이 군사 현대화를 지원하는 데 사용할 중국 내 반도체 생산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군사적 목적 외에도 갈수록 성장이 빨라지는 중국의 인공지능(AI) 산업을 압박하려는 미국의 다급함 역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경제·혁신 정책 싱크탱크인 정보혁신재단(ITIF)은 지난 8월 ‘중국은 AI 분야에서 얼마나 혁신적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지난해 기준 AI 관련 논문 수에서 중국과학원과 칭화대가 스탠퍼드대와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을 제치고 세계 1, 2위를 차지했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중국이 AI에 대한 끊임없는 추진력과 전략적 투자를 보여주면서 미국을 따라잡는 것이 시간문제가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최근 각국에 대해 일방적 비자 면제를 시행하며 손을 내미는 등 ‘내 편 만들기’에 열중하는 만큼 갈륨·게르마늄 등의 수출 통제 조치가 곧바로 한국 등 다른 나라로 확대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실제로 중국 상무부는 이날 대미 수출 통제를 발표하면서 “중국은 수출 통제 분야에서 관련 국가 및 지역과 대화를 강화하고, 글로벌 산업체인과 공급사슬의 안전과 안정을 공동으로 추진할 의향이 있다”고 여지를 남겨두기도 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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