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이 모범적인 민주국가로 칭했던 한국의 계엄령 선포로 한미 동맹이 수십년 만에 가장 큰 시험대에 직면했다".(뉴욕타임스·NYT)
"국회에서 부결된 윤석열 대통령의 충격적인 계엄령 선포는 수십년 동안 깊이 자리잡은 민주주의가 이룬 성공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다. 워싱턴이 동맹인 서울에 계속 의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어려운 딜레마를 안겨준다".(블룸버그 통신)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새벽 긴급 담화를 통해 전날 선포된 비상계엄을 국회 요구를 수용해 해제한다고 밝히면서 외신도 이 소식을 일제히 긴급 타전하며 비중있게 보도했다.
미 언론은 홈페이지 헤드라인을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소식으로 채우며 한국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특히 한국의 계엄 선포를 민주주의 후퇴로 지적하며, 미국이 민주국가의 모범사례로 일컬어 온 핵심 동맹인 한국에 의존할 수 있을지를 놓고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AP 통신은 이날 "윤 대통령의 행보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첫 계엄령 선포"라며 "그의 놀라운 행보는 1980년대 이후 보지 못했던 권위주의 지도자 시대로의 복귀를 떠올리게 한다"고 썼다. NYT도 "1980년대 후반 군부 독재가 종식된 이후 처음으로 한국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타전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지지율 하락 등 정치적 위기에서 비롯됐고 "야당을 제압하기 위한 것(워싱턴포스트·WP)"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WP는 "윤 대통령은 정부 관료들에 대한 전례없는 탄핵 시도와 내년 예산 삭감에 대해 야당을 비난했다"며 "윤 대통령은 2022년 집권 이후 낮은 지지율로 고전해 왔고, 그의 아내와 집권 여당 국민의힘 고위 당국자들과 관련한 정치적 반발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보도했다. AP 통신은 "윤 대통령은 아내와 고위 관료들과 관련된 스캔들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 요구를 일축했고 이로 인해 정적들로부터 즉각적이고 강력한 비난을 받았다"고 전했다.
미 언론은 특히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이란 점에서 워싱턴의 외교·안보에 미칠 영향에 주목했다.
NYT는 "약 3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는 한국은 강력한 권위주의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가 경쟁하는 지역에서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이라며 "윤 대통령의 움직임은 바이든 행정부를 놀라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대 독재를 외교의 틀로 사용해 온 바이든은 북한·중국·러시아에 대응할 방어벽으로 한국과 군사 동맹을 강화해 왔다"며 "바이든은 이 위기를 어떻게 처리할 지를 놓고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과 생각이 같고 가장 강력한 동맹 중 하나인 한국이 모범적이지 못한 민주주의 원칙을 드러냈다"며 "중국이 이 사실을 놓고 서방보다 자국 시스템의 이점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워싱턴이 확고하고 믿을 만한 미국의 동맹인 서울에 계속 의지할 수 있는가"라며 "윤 대통령의 민주주의 전복과 파괴는 워싱턴에 어려운 딜레마를 안겨준다"고 평가했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