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요 매체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를 실시간으로 보도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4일 신화통신은 '서울의 겨울: 윤석열의 6시간 계엄령 희극'이라는 기사를 통해 "현재 벌어지는 일들이 영화 '서울의 봄'과 줄거리가 같다"면서 "한국이 계엄령을 선포한 것은 40여년 만인데 며칠 뒤에 그 악명 높은 12·12 군사쿠데타 45주년이 된다"고 짚었다. 지난해 개봉한 '서울의 봄'은 1979년 12·12가 일어난 과정을 소재로 한 영화다.
이외에도 중국 관영언론인 중국중앙TV(CCTV)와 영자지 글로벌타임스, 환구시보 등이 전날 한국에서 계엄령이 선포되자마자 관련 소식을 긴급 타전하고 이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현장 상황 등을 생중계했다. 실시간으로 송출된 보도 영상은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관변논객인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 편집장은 SNS를 통해 "국회, 지방의회 정당 활동, 정치 결사 집회, 시위, 언론, 출판을 전면적으로 통제하는 비상계엄령은 현재 한국 사회의 분위기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일"이라며 "윤 대통령의 도박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는 이어 "윤 대통령은 친미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국과의 외교 전략에서 종속적인 모습을 보이고 일본과의 관계를 무리하게 개선하려고 하며 중국과의 관계를 급격히 악화시켰다"라고도 지적했다.
이날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계엄령 실수로 한국의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처했다: 정치적 자살'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정치 전문가들의 견해를 보도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무모하고 인기 없는 대통령은 사실상 정치적 자살을 저질렀다"며 "갑작스럽고 시대에 뒤떨어진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한국인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니 타운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수석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이 사태를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난하지 않은 것이 실망스럽다"고 SCMP에 전했다.
주한 중국대사관도 공지를 통해 한국에 체류 중인 중국인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계엄령이 선포 이후 중국대사관은 "냉정을 유지하고 한국의 정세 변화를 주시하면서 안전의식을 강화하는 한편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고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것을 신중히 하며 공식 발표를 준수할 것을 알린다"고 밝혔다. 계엄령이 해제된 후에도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경각심을 늦추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