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충격 속 곳곳서 규탄 집회 “軍 동원 나라 흔든 발상 단죄해야” 계엄 해제에도 밤새 국회 앞 지켜 시민단체, 광화문서 尹 퇴진 시위 민주노총은 무기 파업 돌입 선언 출근길 직장인들 “밤새 잠 못자” 계엄령 불안에 생필품 사재기도 가족 걱정 교민들 안부전화 빗발 외국인들 “韓 여행취소” 문의 쇄도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선포했다가 6시간 만에 해제한 ‘비상계엄 충격’은 이튿날인 4일까지 이어졌다. 계엄령을 경험했던 중장년들은 불안감에 비상식량을 사들였고, 교민들은 불안한 마음에 친지의 안부를 물었다. 전날 밤부터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은 이날 오전 내내 진을 쳤고, 2017년 촛불집회의 상징인 광화문에도 시민사회단체들이 속속 집결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에 대해 “기본권을 유린하고 헌법을 파괴했다”며 국회에 탄핵을 촉구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계엄령 선포에 반대하는 시민 및 이를 저지하는 경찰 병력들이 모여 혼잡스러운 상황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 |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는 비상계엄이 해제되고도 밤새 자리를 지킨 시민과 이른 아침 국회로 모인 시민 등 100여명이 “윤석열을 체포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자정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밤을 보냈다는 김오수(58)씨는 “국회에 군인이 밀고 들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왔다”며 “윤 대통령이 말하는 ‘계엄 해제’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어서 돌아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기 파주에서 온 장진명(47)씨는 “군을 동원해 나라를 흔들 수 있다는 발상을 단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 집결한 시민들은 야권이 주최한 비상시국대회가 마무리되고 오후 1시쯤에서야 해산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교민들은 한국의 계엄령 소식을 듣고 가족 안부를 확인했다. 일본 도쿄에 거주 중인 40대 김모씨는 “밤새 인터넷으로 (계엄) 관련 소식을 찾아봤다”며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연락하니 혼란스러워해 불안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유학생 윤모(28)씨는 “심장이 쿵 떨어지는 심정이었다”며 “서울의 부모님과 통화했지만 도저히 안심되지 않았다”고 했다. |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4일 새벽 군 병력이 국회에서 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계엄령 선포에 반대하는 시민 및 이를 저지하는 경찰 병력들이 모여 혼잡스러운 상황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 | 계엄이 선포된 뒤 불안감이 커지면서 시민들은 한밤에 문을 연 편의점으로 달려가 생필품을 사재기하기도 했다. 한 편의점 업체에 따르면 계엄령 선포 직후인 전날 오후 11시부터 자정까지 1시간 동안 전국 전 매장 기준 통조림 매출은 지난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대보다 337.3% 급증했다. 봉지면은 253.8%, 생수 141.0%, 즉석밥 128.6%, 건전지 40.6%, 안전상비의약품도 39.5% 매출이 증가했다. 업체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50~60대 연령대 고객 수요가 높은 것으로 체감했다”고 설명했다. 비상계엄을 경험한 1980년대 전후 세대를 중심으로 사재기 현상이 벌어졌다는 의미다. 한국을 여행 중인 외국인들도 갑작스러운 계엄 소식에 혼란에 빠졌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레딧 등 해외 커뮤니티에는 ‘한국 여행을 취소할까’, ‘귀국 비행기를 당장 예약해야 하느냐’는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한국행 배를 탔다는 한 여행객은 “계엄 선포에 따라 오전 2시쯤 미 국무부 대피 명령이 이뤄졌고, 오전 6시까지 (두려워) 방을 떠날 수 없었다”고 했다. 몇몇 관광객들은 이날 예정됐던 비무장지대 투어가 취소됐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만난 미국인 매로비치(64)는 “새벽에 뉴스에서 총을 든 군인들이 의회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 손이 떨리고 식은땀이 났다”면서 “아무래도 (한국인보다) 총을 보고 더 공포를 느끼는 것 같다. 거리에 나가 보니 평소와 다를 바 없어 안도했다”고 말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여 만에 해제한 4일 서울 광화문역에 비상계엄 관련 호외가 놓여 있다. 뉴시스 | 이날 출근길에는 비상계엄 소식이 실린 호외 신문을 보며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이모(30)씨는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되고 상황이 진정되기까지 뉴스를 보느라 잠을 못 잤다”며 “직장에서 동료들끼리 ‘음주 계엄’ 우스갯소리가 오갈 만큼 황당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48)씨는 “기념물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회사에 있던 호외 신문을 한 부 챙겼다”고 했다. 시민사회단체는 계엄 사태를 촉발한 윤석열정권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이) 끝까지 대통령이기를 고집한다면 헌법이 규정하는 국민 주권 실현을 위해 전면적인 저항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엄포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새벽 한 외신방송에 긴급뉴스 속보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 양대 노총은 이날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민주노총은 윤석열정권 퇴진을 내걸고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도 예정대로 5일부터 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비해 공공운수노조 산하 전국철도노조와 서울교통공사노조, 전국교육공무직원 등이 연달아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사진기자협회 등 현업 언론인으로 구성된 9개 단체도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퇴진과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이정한·이규희·윤솔·권이선·정진수 기자, 도쿄=강구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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