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내년 1월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의 권한을 무력화 할 '그림자 Fed 의장'을 지명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 경제가 예상보다 강력해 추가 금리 인하에 보다 신중한 입장을 취할 것이란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파월 의장은 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뉴욕타임스(NYT) 딜북 서밋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차기 Fed 의장을 조기 지명해 자신을 레임덕에 빠뜨릴 가능성과 관련해 "그런 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난 우리가 경제자문위원회, 또 가장 중요하게는 재무부와 같은 일반적인 유형의 제도적인 관계를 맺을 것으로 전적으로 기대한다"며 "차기 재무장관이 (스콧 베센트 지명자로) 확정되면 다른 재무장관들과 맺었던 것과 같은 관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파월 의장의 해임을 여러 차례 공언해 온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할 경우 Fed와 차기 행정부의 갈등, 통화당국의 독립성 침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Fed의 고금리 기조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파월 의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 왔다. 특히 차기 재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스콧 베센트 키 스퀘어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오는 2026년 5월까지인 파월 의장의 임기가 만료되기 훨씬 전 차기 Fed 의장을 지명해 사실상 시장에서 그의 힘을 빼는 그림자 Fed 의장 아이디어까지 내놨다.
파월 의장은 "우리가 법적으로 명시된 독립성을 잃을 위험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며 "Fed가 특정 정당이나 정치적 결과가 아닌 모든 미국인의 이익을 위해 통화정책을 추진하는 데 대한 매우 광범위한 지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력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뜻도 재차 시사했다.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달에도 미 경제가 강력해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점진적인 금리 인하 방침이 담긴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과도 궤를 같이 한다.
그는 "우리는 노동시장이 계속 약화될 경우 지원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길 원했다"며 "경제는 우리가 9월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력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경제 성장을 촉진하거나 둔화시키지 않는 중립금리 수준을 찾을 때까지 Fed가 보다 신중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Fed가 내놓은 경기 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에서도 지난달 경제활동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Fed는 11월 보고서에서 "경제활동 성장세가 일반적으로 작음에도 불구하고 성장에 대한 기대가 대부분 지역·업종에 걸쳐 완만하게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조사대상 사업자들은 향후 몇 달간 간 수요가 상승할 것이란 낙관론을 표시했다"며 "소비지출도 일반적으로 안정됐다"고 설명했다.
필라델피아 연은과 세인트루이스 연은 관할의 일부 지역 기업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높일 것이란 우려를 내놨다.
베이지북은 최근 12개 연방준비은행(연은) 관할 구역의 경기 흐름을 평가한 보고서다. 오는 17~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시장은 Fed가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뒤 1월에 동결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을 77.5%,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22.5% 반영 중이다. 12월 스몰컷(0.25%포인트 금리 인하) 단행 후 1월 동결 가능성은 64.5%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