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여당인 민진당이 한국의 비상계엄령을 지지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가 20분 만에 철회하는 일이 발생했다.
4일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민진당 산하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대만 입법원에서도 국민당·민중당이 의회를 어지럽히고 있다”며 “대만이란 이름의 팀은 어둠의 세력이 침식하려는 시도에 늘 맞서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해당 글에는 “친북 세력이 국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자유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긴급히 계엄령을 선포했다”며 “대만 입법원(의회)도 야당이 국방 예산을 삭감하고 위헌적으로 권한을 늘렸으며, 대법관을 마비시켰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곧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직접적으로 옹호하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논란이 일 것을 예상한 듯 민진당은 20여분 만에 해당 글을 삭제하고 같은 자리에 계엄령을 비판하는 성명을 새로 게시했다. 이번 사태는 한국과 유사하게 여소야대 정국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진당의 고민이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즉각 반발이 터져 나왔다. 제1야당인 국민당은 해당 게시물에 대한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사과를 요구했다. 국민당은 “한국에서도 여야 모두 계엄령을 비판하고 있으며 국제 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며 “(계엄령은) 자유민주주의 헌법 수호를 명분으로 의회를 장악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해외 순방 중인 라이 총통은 “대만 민주주의는 어렵게 실현됐다”며 이번 해프닝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다만 야당을 향해 “민주주의 길을 함께 가야 한다”며 협조를 요청했다.
대만은 세계 역사에서 계엄령의 아픔을 겪은 대표적인 국가다. 장제스 총통 시절인 지난 1949년 5월 20일부터 1987년 7월까지 38년간 계엄령이 시행됐으며, 이는 세계 최장기 계엄 기록으로 남아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해 대만 매체인 연합보는 "44년 만에 '서울의 봄'이 재등장했다"면서 "최악의 밤이자 슬프고 충격적인 9시간이었다"라고 보도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