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지연 혹은 중단 여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5일 오전 7시30분께 서울 용산구 서울역 KTX 승강장 전광판에는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파업으로 열차 운행 중지를 알리는 안내방송이 지속해서 울려 퍼졌다. 전광판에는 빨간색 글자가 잇달아 표시됐다. KTX 열차 운행 중단이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KTX 산천행 열차를 기다리던 조한준씨(21)는 "역에 오기 전까지 계속해서 코레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열차 중단 여부를 수시로 확인했다"며 "운이 좋아 예정대로 출발하게 됐지만, 열차를 타지 못한 승객들은 몹시 당황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진호씨(33)는 "파업 소식에 열차 운행이 중단될까 봐 돈을 버리는 셈 치고 고속버스 티켓까지 이중 예매했다. 정상 운행한다는 소식에 한시름 놓였다"면서도 "다음날 대구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열차는 운행이 중단돼 다른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지하철의 경우 우려와 달리 출근길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5분에 한 대씩 열차가 도착해 스크린도어 앞에서 한 줄로 대기하고 있던 승객들을 한 번에 실어 날랐다. 대학생 김지윤씨(20)는 "열차 지연을 우려해 평소보다 30분 이르게 출발했다"면서 "예상했던 것과 달리 역이 한산해서 크게 걱정이 없다"고 밝혔다. 지예림(25)씨는 "파업 소식을 듣고 지하철이 늦게 오지 않을까 걱정이 돼 집에서 일찍 나왔다"며 "아침마다 독산역으로 출근을 하는데 평상시 대비 역이 크게 붐비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했다. 외국인 관광객 일본인 미치시게씨(34)는 "일본인들 사이에서 유튜브와 틱톡을 통해 철도 파업이 시작되니 한국 여행 시 대비를 하라는 정보가 공유됐다"며 "공항에 늦게 도착할까 봐 급하게 호텔에서 나왔는데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던 듯하다"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5일 오전 9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철도노조 파업은 지난해 9월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철도노조는 ▲임금 2.5% 인상 ▲성과급 체불 해결 ▲4조 2교대 전면 실시 등을 요구했으나 전날 막바지 교섭이 결렬되며 총파업에 들어갔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수도권 광역철도 중 1·3·4호선,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 서해선 등을 운영하고 있다. 코레일은 열차 안전 운행을 위한 비상수송체제에 돌입, 가용 자원을 모두 동원해 이용객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파업 기간 열차 종류별 평시 대비 운행률은 수도권 전철 75%(출근 시간대 90% 이상 운행), KTX 67%(SRT 포함 시 75%),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각각 58%, 62% 등이다. 화물열차는 수출입 화물과 산업 필수품 등 긴급 화물 위주로 수송한다. 평시 대비 운행률 22%를 유지한다. 운용 인력은 필수 유지 인력 1만348명, 대체 인력 4513명 등 총 1만4861명으로, 평시 인력의 60.2% 수준이다. 기관사 등 대체인력은 열차 운행 경험과 비상시 대처 능력을 갖춘 경력자로 운용한다.
파업 기간에는 승차권을 반환 또는 변경하는 경우 위약금이 면제된다. 운행이 중지된 열차 승차권은 따로 반환 신청을 하지 않아도 전액 반환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혼잡시간대 주요 KTX 환승역 등에 안전요원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필요시 경찰 등 통제 인력을 배치하는 등 평시 이상으로 철도역사 내 안전 유지도 철저히 할 것"이라며 "철도노조가 파업 계획을 철회하고 노사 간 대화를 재개해 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