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이 계엄군의 총구를 잡으며 "부끄럽지도 않냐"고 외친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을 집중 보도하고 나섰다. 지난 4일 안귀령 대변인은 BBC 코리아와 인터뷰를 갖고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내렸을 당시 계엄군과 대치했던 상황에 관해 설명했다. 앞서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령을 선포하자 국회의원들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하기 위해 국회로 모여들었다. 이 가운데 계엄군의 총구를 붙잡고 "부끄럽지도 않냐"고 소리치는 안 대변인의 모습이 포착됐다. 계엄이 선포된 지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아 국회에 도착했을 때 일이다.
당시 이날 자정쯤 총기로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 경내 진입을 시도했고, 계엄 선포에 항의하기 위해 나온 국회의원, 시민 등과 충돌했다. 이 가운데 계엄군이 안 대변인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듯한 모습과 안 대변인이 총구를 붙잡았다. 안 대변인은 당시 심경에 대해 “뭔가 머리로 따지거나 이성적으로 계산할 생각은 없었고 일단 ‘막아야 한다. 이걸 막지 못하면 다음은 없다’라는 생각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본회의장이 있는 본청 앞에서 당직자들과 함께 계엄군을 맞닥뜨린 안 대변인은 "순간적으로 몸을 던져서 막았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군인들이) 제 팔을 잡고 막고 하니까 저도 (군인을) 밀치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다"며 "붙잡는 팔을 뿌리치면서 막 이렇게 뭘 잡고 하다 보니까 (총을 잡게) 됐다"고 했다. 이어 그는 "총칼을 든 군인들을 보면서 정당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너무 많이 안타깝고 역사의 퇴행을 목도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팠다"며 "21세기 대한민국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게 조금 슬프고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안 대변인은 결국 눈물을 보였다.
CNN 또한 이날 '한국 국회 밖에서 무장 군인과 몸싸움을 벌인 정치인이 뜨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안 대변인을 조명했다. CNN은 "한국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후 언론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한 여성이 무장 군인과 몸싸움을 벌이며 저항과 분노를 표출하는 영상이 온라인에서 널리 공유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계엄군이 안 대변인에게 총을 겨눈 것이 아니라, 안 대변인이 계엄군의 총을 빼앗으려 했다는 주장도 제기된 상황이다. 해당 영상을 본 누리꾼은 안 대변인을 향해 "군인은 상시 총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왜 총을 빼앗나", "실탄이 없어서 망정이지 원칙적으로는 총기 탈취하는 순간 바로 발포다"라는 등의 의견을 내며 비판했다. 특히 한 누리꾼은 "이 순간이 이번 비상계엄에서 가장 위험했던 순간"이라 꼽으며, "국회의원으로서 본인 역할에 충실하고, 카메라에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것도 알지만, 자칫 상황을 최악으로 만들 수 있는 행동이었다"고 지적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