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헌법재판소의 시간’이 시작되지만 헌재로 공이 넘어가더라도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하다. ‘6인 체제’에서의 탄핵 심리나 결정의 부담이 크지만, 그렇다고 공석인 재판관 3명의 임명권을 한덕수 국무총리가 행사할 수 있느냐는 법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내년 4월 만료된다는 것도 복병 중 하나다. 권한대행 1순위 한 총리, 헌법재판관 ‘임명권’ 있나 ‘①탄핵안 가결→②대통령 직무 정지→③국무총리의 권한대행→④헌법재판관 3인 임명.’ 더불어민주당이 그리고 있는 탄핵 로드맵이다. 야당 안팎에선 탄핵 심리·결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완결성을 위해 공석인 3인을 채우고 탄핵 심판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고 이 시나리오로 탄핵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시 권한대행을 맡게 될 한 총리의 권한 범위는 첫 번째 쟁점이다. ③까지 넘어온다고 하더라도 한 총리가 국회 추천 몫의 재판관 3명을 임명할 수 있느냐를 놓고 법적 해석이 갈린다.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는 ‘현상 유지’에 그치기 때문에 장관급이나 헌법재판관 등 중요 보직자들을 해임하거나 신규 임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이 있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후임 임명권을 가질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됐고, 반대 여론이 높아 헌재 소장 없이 ‘8인 체제’에서 탄핵이 심리·가결됐다. 게다가 한 총리는 황 권한대행과 달리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책임에 연루돼 있다. 그가 권한대행을 맡을 정당성이 있느냐도 논란거리다. 한 총리가 다른 대통령실 참모들과 함께 사퇴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다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형식적 임명’일 뿐이라 문제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국회 추천이 유력시되는 3명의 헌법재판관 후보군(조한창 변호사·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은 대통령 몫의 추천군이 아니어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 추천권을 대신 행사해 6년 임기를 보장한다면 절차적 문제가 상당하겠지만 지금 공석은 국회 추천 몫이라 ‘현상 유지’적 권한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도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통상적인 국가기관 구성권 행사여서 권한대행이 하더라도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6인 체제 헌재…‘이진숙 가처분’으로 심리는 가능해져, 결정도 가능한지는 미지수 공석 3명을 채우지 않고 현재의 ‘6인 체제’로 탄핵 심리가 이뤄질 경우 절차적 문제가 남는다. 헌재법 제23조 1항에 따르면 ‘사건 심리는 재판관 7명이 있어야 가능’한데 헌재는 지난 10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심리가 진행되고 있는 사건은 헌재가 6인 체제가 되더라도 심리를 계속할 수 있다’라고 봤다. 윤 대통령 탄핵안도 같은 논리로 심의는 가능하다는 것이 헌재의 입장이다. 문제는 ‘심리’가 아닌 ‘결정’도 가능하냐의 질문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한 헌법학자는 “6인 체제로 심리는 할 수 있다는 가처분 인용은 결정까지 포함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지 않아 논란의 소지가 있다”면서 “6인 체제로 탄핵을 심리할 경우 1명만 반대의견을 내도 부결될 뿐만 아니라 헌재 결정의 완결성을 놓고 부담과 압박도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6명의 재판관 중 4명(김형두·정정미·정형식·김복형 재판관)은 중도·보수성향으로 알려져 헌재로 넘어가더라도 탄핵안이 인용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헌법 해석에 진보와 보수는 있을 수 없다”면서 “박 전 대통령 때도 보수 성향의 재판관이 더 많았다. 포고령이 명백한 헌법 위반에 해당하는지가 헌재에서 집중 심리될 것”이라고 했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내년 4월 임기 만료…그 전에 탄핵심판 결정 가능한가 마지막 복병은 문재인 전 대통령 지명으로 2019년 4월19일 헌법재판관으로 취임한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잔여 임기다. 두 재판관은 내년 4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려면 적어도 3주 안팎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9인 체제’가 완성돼 이달 중 탄핵심리를 시작하더라도 두 재판관의 임기를 고려하면 시간이 많지 않다. 특히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면 대통령 추천 몫의 헌법재판관 자리가 또다시 비게 된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리 기간은 92일(2016년 12월9일 청구·3월10일 선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심의는 63일(2004년 3월12일 청구·5월14일 선고)이 소요됐다. 장 교수는 “박근혜·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리만 하더라도 굉장히 압축적으로 진행됐다”면서 “대통령 유고 상태가 장기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아서였을 텐데, 사안이 얼마나 복잡하고 쟁점이 많으냐에 따라 탄핵심리 기간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