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삼면이 바다요, 육지는 금수강산이로구나.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표현하는 말들은 많다. 하지만 이 땅의 역사는 침략의 아픔과 설움으로 암흑기를 겪었다. 살아남기 위해 숨죽여 목 놓았던 비통한 세월도 있다. 하지만 같은 시간 진정한 자유를 위해 맞서 싸운 위인들도 존재했다.
그들이 이토록 바랐던 미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대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고귀한 영웅들 덕분에 더 나은 내일을 꿈꾼다.
뮤지컬 ‘스윙데이즈_암호명 A’는 일제 치하의 1945년, 대한민국 자주독립을 위해 OSS(미국 CIA 전신 전략사무국)가 비밀리에 준비한 ‘냅코 프로젝트‘에 투입된 한 인물의 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한다.
당시 일본에 대항하는 비밀작전 수행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버린 한국인 19명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신분을 철저하게 숨긴 채 알파벳 암호명으로 불렸다. 작품은 ‘암호명 A’의 발자취를 되돌아본다.
◇ ‘애국심’으로 뭉친 희생…암흑기에도 존재했던 사랑과 우정
극 중 ‘유일형’은 안티푸라민, 삐콤 등을 출시, 당대 최고의 제약회사를 창립한 고(故) 유일한 박사를 모티브로 2024년 환생했다.
그는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로서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하던 중 위험에 처한 독립운동가 ‘베로니카’의 죽음을 목격, 직접 독립운동에 뛰어든다. 이때부터 그는 ‘유일형’이 아닌 ‘암호명 A’로 불린다.
고 유일한 박사가 냅코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실은 그가 세상을 떠나고 20년이 지난 1990년대에 와서야 밝혀졌다. 8월15일 일본의 항복 선언으로 작전은 무산됐지만, 해방 후 한국의 독립과 경제적 자립을 준비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작품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우리의 영웅들을 소개한다. 총과 칼, 억압과 핍박에도 한 명의 희생이 하루를 앞당기고, 그가 이슬이 되면 다른 누군가가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오직 애국심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조선의 주인은 ‘우리’라고 외친다.
‘스윙데이즈_암호명 A’는 일제 침탈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연상된다. 하지만 이들의 삶은 ‘희망’에 의한 ‘희생’이었기에 사랑과 우정이 공존한다. 슬픈 현실 속에서도 행복하고 기뻤던 날이 동행한다. 작품은 즐겁고 유쾌했던 순간들을 가장 밝게 그려낸다.
작품의 연출을 맡은 김희재 프로듀서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국에서 끊임없이 작품들이 만들어졌다. 들여다보면 당대 시대 요구에 따라 식민지 시대 해석 방법이 다른 것 같다”라며 “최근 트렌드 경향은 늑약에 의해 불법 점유된 국가의 이름으로 독립운동에 희생한 이들이 한 몸을 던져 아프고 괴롭지만 고통을 이겨내는 이야기다. 최근 로맨스, 판타지, SF로도 펼쳐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윙데이즈_암호명 A’를 준비하면서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고 유일한 박사의 이야기는 쿨하고 멋진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독립운동 시대에 저항하는 것이 주류세력이 아닌 소수가 싸워 이겨낸 것이다. 아프고 숭고한 희생정신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며 “멋지고 위트와 재치가 있어야 독립운동에 대한 일련의 역사를 바라보는 발언으로 깜짝 놀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일형’ 역으로 열연 중인 유준상은 “관객들이 진심으로 공연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커튼콜로 달려가는 순간까지 관객들의 눈빛 하나하나가 좋은 기운으로 느껴진다”며 “작품에 대해 감히 말하건대, ‘스윙데이즈_암호명 A’는 대한민국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숨은 영웅들의 찬란한 역사를 전하는 ‘스윙데이즈_암호명 A’는 내년 2월9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이어진다. 한 해를 마감하며, 또 새해를 시작하면서 나의 존재 가치를 다시 한번 새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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