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가운데 일부 시민들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탄핵에 찬성하라"는 취지의 '문자 폭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국민의힘 국회의원 전화번호'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실명 없이 휴대전화 번호 약 30개가 나열돼 있었다. 해당 번호가 실제 국민의힘 의원 전화번호가 맞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게시물 작성자는 "다들 문자 한 번씩 보내주라잖아"라며 탄핵 찬성 내용을 담은 문자 메시지 예시 5개도 함께 공개했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보낸 웃긴 문자 모음'이라는 글이 게시됐다. 이 글에는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탄핵에 찬성하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며 이를 인증한 사진들을 올렸다. 이 사진 중에는 치킨 기프티콘을 발송하면서 '이거 먹고 탄핵 추진하세요'라는 글을 쓰거나, 자신이 인플루언서라고 주장하며 '탄핵 동의해 주시면 인스타그램에 의원님 홍보해 드릴게요'라고 쓴 문자도 있었다.
민주노총은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탄핵을 촉구하는 문자를 보내는 링크를 개설했다. 해당 링크에 접속하면 의원들의 휴대전화로 자동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창이 뜨도록 만들어졌다. 따라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말 그대로 '문자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은 윤 대통령 탄핵에 동참하라고 촉구하는 것이 대부분으로 알려졌다.
한 초선 의원은 연합뉴스에 "점심시간 1시간 동안 5400개의 문자를 받았다"며 "문자가 쏟아지면서 전화 통화도 잘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다른 재선 의원은 "오늘 하루 8000여건의 문자가 와 발신자를 차단했다"며 "주로 '대통령을 탄핵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에서 지워버리겠다' 같은 내용"이라고 전했다.
이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자 폭탄이 갑자기 날아드는데'라는 말로 시작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그는 "개혁신당 소속 의원 전원은 이미 윤석열 탄핵안 발의에 동의하고 오후에 다 도장 찍었는데 도대체 누가 허위 사실로 선동했는지 한심하다"라면서 "유튜브에서 누가 이상한 소리 떠든다고 그게 진실이 아니다. 그런 허위 정보에 낚여서 식칼 사진 보내고 육두문자 보내는 게 뭐냐"고 항의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언론 공지를 통해 "현재 개인 정보인 국회의원의 휴대전화 번호를 무단 사용해 조직적·집단적으로 문자를 발송하는 위법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개인 정보 유출과 업무 방해 등 불법적인 행태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날 오후 5시 민주노총이 개설한 사이트에 대해 신속 심의를 진행해 차단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