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를 집중 조명해온 영국 유력 매체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사설을 쏟아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5일(현지시간) '한국의 실패한 쿠데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계엄 선포는 국회에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것과 더불어 일련의 개인적 스캔들 이후 입지를 굳히지 못한 데서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쿠데타 시도에 해당하고 민주적 지도자가 아닌 선동가의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문은 "이는 박정희 같은 지도자가 권력 강화를 위해 권위주의적 조치에 나섰던 나쁜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며 "윤 대통령은 이제 탄핵 표결에 직면했는데 그를 내보내려면 재적의원 3분의 2가 필요하다. 그들(의원들)이 물론 그렇게 할 것"이라고 짚었다.
또 다른 주요 외신은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라는 5일 자 사설을 통해 "윤 대통령의 무모한 결정이 국가를 수십 년 만에 최악의 헌법적 위기로 빠뜨렸다"며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각고의 노력 끝에 얻어낸 민주주의 발전을 위험에 빠뜨린 책임을 윤 대통령에게 묻도록 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계엄 사태가 초래한 경제적 파장도 다뤘다. 외신은 "원화와 한국 주식이 초기 손실을 만회했으나 이번 사태는 한국 경제 전망과 안정성에 대한 기존 투자자 우려를 가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의원들은 당연히도(rightly)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방어할 수 없는(untenable) 상황"이라며 "남은 관문은 한국이 굳건한 민주주의 토대 위로 훨씬 더 견고한 건물을 쌓아 올리는 데 필요한 경종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력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역시 '윤석열은 사임하거나 탄핵당해야 한다'는 제목의 온라인 기사를 내놨다. 이코노미스트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가 이렇게 뻔뻔한 쿠데타 시도를 겪다니 충격적이고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향후 몇 주간 일어날 일은 한국,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영향력 경쟁을 벌이는 동아시아 정치에 있어서 중대한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세계 가장 중요한 국가 중 하나에서 대통령직은커녕 어떤 직책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며 "사임하지 않는다면 이미 시작된 탄핵 절차는 계속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디언 역시 촌철살인에 동참했다. '민주주의는 이렇게 작동해서는 안 된다'는 사설을 낸 가디언은 "박근혜의 정치적 몰락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윤 대통령이 이제는 자신의 몰락을 스스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러시아 등지에서 권위주의가 확산하는 것에 맞서려는 미국 주도의 노력에 합류하며 서방 지도자들의 환영을 받은 윤 대통령이 자신의 비판자들을 '전체주의적 공산주의자 및 반국가 세력'으로 낙인찍어 한국인들의 불안을 야기했다"고 논평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