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좌파 정당들과 극우 정당이 정부 불신임안을 가결한 것과 관련해 "무질서를 선택했다"고 비난하며 야당의 사임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저녁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모든 의회 그룹에 양보했음에도 정부가 불신임받았다"고 유감을 표하며 "극우와 극좌가 반(反)공화주의 전선을 만들어 예산안과 프랑스 정부를 무너뜨리기로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하원은 전날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발의한 정부 불신임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331표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NFP, 극우 정당과 그 동조 세력이 모두 찬성표를 던지며 1962년 조르주 퐁피두 정부 이후 처음으로 내각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가적 혼란을 야기한 책임이 좌파와 극우 진영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극우 국민연합(RN)이 정치적으로 정반대 스펙트럼에 있는 좌파 연합의 불신임안에 동의한 점을 거론하며 "그들은 자신을 뽑은 유권자들을 모욕했다"고 꼬집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통령 퇴진엔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는 "여러분이 민주적으로 위임해 준 권한은 5년이며, 나는 끝까지 그 권한을 온전히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며칠 내로 후임 총리를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그에게 공동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부를 구성하도록 맡길 것"이라며 "정부에 참여할 수 있거나 최소한 정부를 불신임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정치 세력들로 이 정부는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차기 정부의 우선순위는 "예산"이라며 "공공 서비스와 국가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12월 중순 이전에 특별법이 의회에 제출될 것"이라라며 의회 협조를 당부했다. 의회가 이 특별법마저 부결하면 최악의 경우 예산 부재로 공공 행정 기능이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나든 당분간은 새로운 총선을 치를 수 없고, 이런 상황에서 의회는 프랑스와 프랑스 국민을 위해 함께 일할 의무가 있다"며 국민의 대표인 의회가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6월 대통령 권한에 따라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결정했다. 프랑스 헌법상 대통령은 1년에 한 차례만 의회 해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