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해외에서 비판과 조롱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해 영국 BBC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자녀가 갑자기 서재에 난입한 장면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면서 일약 유명 인사가 됐던 로버트 켈리 부산대(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재소환됐다. 지난 4일(현지시간) 켈리 교수는 CNN방송에 화상 연결을 통해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인터뷰에 나섰다. 이날 방송에서 CNN 앵커들은 "(윤 대통령이) 2년 전쯤 미국에 국빈 방문했을 때 팝송 '아메리칸 파이'를 부르지 않았었냐"고 웃으며 언급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미국 국빈 방문 때 백악관 만찬 자리에서 직접 마이크를 들고 돈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를 영어로 불렀다. 앵커들의 언급에 켈리 교수는 "맞는다. 그땐 (윤 대통령이) 괜찮아 보였다. 정상처럼 보였다"고 답했다.
켈리 교수는 비상계엄 선포 결정이 황당하다는 듯이 웃으며 "그러니까 누구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라며 "정신이 나갔든지 그런 거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5일 켈리 교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논평도 남겼다. 그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를 '절반의 쿠데타'(semi-coup)로 규정했다. 켈리 교수는 "첫째, 이번 사태는 '완곡한 방식(soft)의 쿠데타 또는 절반(semi)의 쿠데타'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마치 2021년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의 한국 버전과 같다"고 했다. 이어 "교착 상태에 빠진 여소야대 정국에 대한 대응책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말도 안 되는(ridiculous) 명분일 뿐"이라며 "그것도 한밤중에 선포하다니"라고 논평했다.
한편, 한 가상화폐 기반 베팅 사이트에는 윤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과 연내 퇴진 여부를 묻는 베팅이 등장하기도 했다. 탄핵 확률은 베팅 초반에는 68%로 예측됐다. 이후 계엄 해제 발표로 32%까지 하락했지만, 야당의 탄핵안 제출 후 85%로 급등했다. 그러나 여당의 반대로 다시 37%로 하락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연내 퇴진 가능성은 22%였고, 재·보궐 선거가 있을 내년 4월 전 퇴진 가능성에는 64%가 베팅한 가운데, 이번 계엄 사태에 대해 해외에서는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평가와 함께 윤 대통령의 정치적 미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