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색인종 및 성소수자 우대, 성평등 등 다양성에 초점을 두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된다.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금융 투자 분위기도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계 신생 자산운용사 아조리아는 내년 초 ‘S&P 능력주의(Meritocracy) ETF(티커명 SPXM)’를 출시한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이른바 '반(反) 워크(woke·깬 의식)주의' ETF다. 다양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제임스 피시백 CEO는 이날 트럼프 당선인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S&P500 기업 중 직원 채용 시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에 초점을 두는 수십 개 기업을 제외하고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인들은 트럼프에게 투표했든 하지 않았든 깨어 있는 실험을 하는 회사에 투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DEI를 중시하는 기업들의 수익률이 최근 몇 년간 S&P500지수 평균에 비해 낮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반 워크주의 ETF가 출시되는 배경에는 공화당 소속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가 존재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시해온 DEI, PC(정치적 올바름), 워크 등 다양성 가치가 또 다른 차별을 일으켜 분열을 되레 조장한다고 주장해왔다.
외신은 스타벅스가 이 ETF의 첫 타깃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타벅스가 2025년까지 직원의 30%를 흑인 등 유색인종으로 구성한다는 목표를 트럼프 1기 행정부 말기인 2020년 10월 발표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스타벅스는 관련 외신 논평 요청에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의식한 듯 “그것은 할당 의무가 아니라 포부였으며 이마저도 최근 만료돼 폐기됐다”고 설명했다.
다양성을 중시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 압박이 강화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관련 정책을 대폭 손질하는 기업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미국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는 지난달 말 공급업체 계약에서 인종·성별 차이를 배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 워크주의 ETF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급격히 늘어났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를 차용한 것이다. ESG 펀드는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산업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는 펀드를 말한다. 다만 수익률은 좋지 않았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ESG 펀드 223개의 올해 현재까지 평균 수익률은 10.7%로 같은 기간 S&P500지수 상승률(28%) 대비 훨씬 뒤처졌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