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은 당연히 가결돼야 하는 게 맞습니다. ”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만난 최모씨(51)는 “박근혜 탄핵 집회 때도 나갔었는데, 이렇게 추운 날 거리로 또 나오게 될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며 “탄핵안이 부결된다면 매주 국회 앞으로 나와서 탄핵을 외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영민씨(53)는 “계엄령 선포 당시 당장 국회로 나가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오늘은 윤 대통령이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왔다”며 “탄핵안이 부결되면 몇 번이고 다시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의사당대로를 시작으로 여의도공원으로까지 시민들이 가득 찬 상태다. 구름 같은 인파가 몰렸지만 질서 있게 행렬이 유지되고 각자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집회 주최 측은 20만명이 모일 것이라고 경찰에 신고했다.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두꺼운 외투, 목도리, 귀마개 등으로 무장한 채 한목소리로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외쳤다. 최현미씨(51) "집에서는 도저히 울분이 터져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남편과 오늘 집회에 나왔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허모씨(28)는 “잡지사에 다니는데 계엄 소식을 듣고 앞으로 검열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웠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동참을 요구했다. 경기 의왕시에 사는 남일권씨(45)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인 이득이 아닌 나라를 위해 행동해줄 것으로 믿고 있지만 부결 시에도 끝까지 무능력한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이서연씨(32) "아직 언론에 명확하게 뜻을 내비치기 어렵겠지만 분명 대의를 위해 올바른 투표를 해줄 여당 의원들이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며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 꼭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나라를 만들기 위한 뜻을 행사해달라"고 당부했다.
가족 단위로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도 있었다. 경기 성남시에서 온 이애리자씨(41)는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는 가짜뉴스인 줄 알고 있었는데, 헬기가 돌아다니는 소리가 들리니까 애들이 울었다“며 “그래서 가족들과 다 같이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김민경양(10)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내란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탄핵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국 31개 대학교 학생들은 이날 오후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면서 '대학생이 민주주의 지켜내자',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하라', '내란수괴 윤석열을 탄핵하라'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번 시국선언에는 가톨릭대, 건국대, 경희대, 국민대, 경북대, 고려대, 동국대, 부산대, 서울교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아주대, 인천대, 제주대, 한국외대, 한양대, 홍익대 등 31개 대학생이 참여했다.
경상국립대에 다니는 정하늘씨는 "선을 넘어도 단단히 넘었다"며 "이제 곱게 퇴진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경북대에 재학 중인 김상천씨는 "계엄령이 터졌을 때 대학생·청년들의 정치 무관심이 자랑거리가 아니라 치욕스러운 약점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행동하자"고 말했다. 동국대생인 홍예린씨는 "국민을 기필코 이길 것이라고 믿는다"며 "윤석열은 실패했다. 이제는 탄핵뿐"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5시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재표결에 부친 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한다.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반대 입장을 정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사과하며 "저의 임기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