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반군이 알레포를 시작으로 북부 주요도시를 함락시키며 수도까지 위협하자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을 돕던 이란측 인사들이 국외로 탈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이란 정부 당국자들은 이날 오전부터 시리아내 이란 국적자들이 대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들은 "일부는 비행기로 (이란 수도) 테헤란을 향해 떠났고, 다른 이들은 육로를 통해 레바논과 이라크, 시리아 라타키아항(港) 등으로 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라크와 레바논으로 간 인사들 중에는 이란혁명수비대(IRGC) 정예 쿠드스군 고위 지휘관들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주시리아 이란 대사관과 현지 IRGC 기지들에도 대피 명령이 내려졌으며, 외교관 가족과 이란 국적의 민간인 등을 대상으로도 현재 대피가 진행되고 있다고 이 당국자들은 전했다.
13년간 이어진 시리아 내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을 줄곧 지원해 온 이란이 이러한 조처를 취한 건 놀라운 일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시리아 내전 최전선에 군사고문과 지휘관을 파견하고 현지 민병대를 지원하는 등 활동을 해 온 이란은 러시아와 함께 알아사드 정권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로 꼽힌다.
그러나 시리아 정부군은 이슬람 무장조직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이 주도하는 반정부 세력이 지난달 30일 시리아 제2 도시 알레포를 점령하고 다마스쿠스로 진격해 오는 과정에서 줄곧 무력한 모습을 보여왔다.
제대로 된 저항 없이 탱크 등 장비를 버리고 물러나기만 하는 모습에 이란도 더는 손 쓸 방안이 없어 현지 인원을 대피시키기로 결정한 것일 수 있다고 NYT는 해석했다.
이란의 저명한 분석가인 메흐디 라흐마티는 NYT와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은 자국군과 군인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시리아군이 스스로 싸우길 원치 않는다면 고문이자 지원군인 우리는 싸울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심은 이란이 당장은 어떤 군사작전으로도 시리아 상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이 선택지를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 독립언론 모스크바 타임스 등에 따르면 주시리아 러시아 대사관은 이날 시리아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에게 전원 국외로 피란할 것을 권고했다.
주시리아 러시아 대사관은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성명에서 "시리아 군사·정치적 상황이 어렵다"면서 "대사관은 시리아에 사는 러시아 시민에게 운영 중인 공항에서 민항기를 사용해 이 나라를 떠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고 적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