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것은 본래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아무것도 아닌 것 속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 "("White, by nature is nothing at all, but within that nothingness, everything exists.")
6일(현지시간) 오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시청 건물 외벽에 소설가 한강의 사진과 함께 한글 문장이 떠오르고, 곧이어 같은 자리에 영어로 번역된 문장이 나타났다.
노벨 재단은 이를 "소설 '흰'(영어 제목 'The White Book')에 등장하는 문장"이라고 설명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얼굴과 그의 문장이 스톡홀름을 밝히는 조명에 담겼다. 재단은 '노벨 주간 조명'의 점등 준비를 모두 마치고 이날 그 의미를 설명하는 프레스투어를 진행했다.
노벨 주간 조명은 여러 예술가가 매년 새로운 주제를 담아 스톡홀름 곳곳에 설치된다. 이날 '미리 보기' 행사에서 점검을 마치고 7~15일 공식적인 점등이 이뤄진다.
스톡홀름 시청 외벽에 레이저로 쏜 동영상(미디어 파사드) '리딩 라이트'(Leading Lights)와 시청 맞은편 부두에 설치된 조명 '돔 아데톤'(de Aderton) 등이 눈에 띈다.
두 조명은 여성 노벨상 수상자들의 뛰어난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
재단이 여성 수상자를 각별하게 대하는 이유는 역대 수상자 가운데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다.
1901년부터 수여된 노벨 물리학·화학·생리의학·문학·평화상과 1969년 추가된 경제학상까지 123년간 총 1012명의 사람 또는 단체에 627회에 걸쳐 시상이 이뤄졌다.
두 번 이상 수상한 이들이 있어 수상자만 집계하면 총 976명의 개인과 28개 단체다. 이 중 여성(개인만 집계)은 총 66차례 받았다. 마리 퀴리가 두 차례 상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여성 수상자는 65명으로 전체의 7%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강이 받은 문학상도 남성에 쏠려 있다. 1901년부터 총 121명이 이 상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여성은 18명으로 14.9%에 불과하다.
1909년 스웨덴 작가 셀마 라게를뢰프가 처음 문학상을 받았고, 백인이 아닌 여성으로는 토니 모리슨이 1993년 최초로 수상했다. 아시아 여성 수상자는 한강이 처음이다.
재단은 돔 아데톤 공식 설명에서 "수상자들의 성별 불균형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 작품은 여성 작가들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밝혔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