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가 들어선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심각한 교통체증으로 연간 3000억엔(2조8000억원)에 달하는 경제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TSMC가 세 번째 반도체 공장 건설 조건으로 교통체증 해결을 요구하고 나서 일본 내부에서도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 온라인 경제매체 메르칼은 최근 보도에서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가 전국 정령시(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 중 가장 교통 정체가 심한 도시라며 TSMC의 공장 증설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마모토현에서 정체가 발생하는 장소는 293곳에 달하며 그중 약 60%가 중심부인 구마모토시에 집중돼있다. TSMC가 이곳에 공장을 세우면서 구마모토현으로 새 인구가 유입되고, 교통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TSMC 공장이 들어선 구마모토현 키쿠요쵸의 경우 교통체증 문제가 이전보다 극심해진 상황이다.
국토교통성이 20개 정령시의 주요 정체 장소 개수와 중심부 차량 평균 속도를 조사한 결과 구마모토시는 주요 정체 장소 개수 1위, 차량 평균 속도 최하위를 차지했다. 정체를 빚는 지점도 전국에서 가장 많고, 중심부에서도 차가 밀려 가장 느린 속도로 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도시라는 뜻이다.
TSMC는 향후 공장 증설 계획에 교통체증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류징칭 대만 국가발전위원회 주임위원은 지난 9월 TSMC 제3공장 유치와 관련해 구마모토현의 교통체증이 진출에 장애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TSMC의 구마모토 제1공장 건설은 현지 지방자치단체와 일본 정부, 관련 기업의 협력으로 효율적으로 진행됐다. 교통 체증 문제도 구마모토현이 해결해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실제로 구마모토현 추산에 따르면 교통체증으로 인한 경제 손실은 구마모토현민 1인당 연간 17만엔(158만원), 구마모토시민의 경우 연간 24만엔(224만원)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총액만 연간 약 2980억엔(2조7780억원)에 달한다. 출퇴근 시간 극심한 차량정체는 젊은 층의 인구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구마모토시에서 교통과 쇼핑 등 편리성을 두루 갖춘 인근 후쿠오카시로 이동하는 인구가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칼은 "인구 유출의 요인으로 차량정체를 꼽는 도시는 구마모토시 이외에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같은 교통체증은 구마모토의 '마이 카' 문화 영향도 있다. TSMC가 들어선 이 지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보다는 자가용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국토교통성이 16개 정령시를 대상으로 외출 시 대중교통 이용률을 조사한 결과 구마모토시는 평일 기준 4.9%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휴일의 경우에는 2.6%로 더욱 이용률이 낮아졌다.
구마모토에서는 교통체증 대책을 가장 중요한 해결과제로 규정하고 '자동차 교통량 10% 감소, 대중교통 이용률 2배 확대'를 목표로 내걸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중교통 정비나 도로 확장, 사원 재택근무 확대 등의 대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결국 자가용 문화를 바꾸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메르칼은 "교통체증은 단순한 시간 낭비가 아니라 도시의 발전을 저해하는 중대한 문제"라며 "구마모토의 개혁 성패가 앞으로 발전을 좌우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