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5년 전 화재의 상처를 씻고 다시 문을 연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에서는 특별한 손님들이 초대됐다. 바로 160명의 소방관이었다.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과 미 뉴욕타임스(NYT) 등은 5년 전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당시 화마와 맞서 싸웠던 소방관들이 재건된 대성당 가운데를 행진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등 참석자 1500여명은 이들에게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붉은색 유니폼 차림의 소방관들이 등장해 행진하는 동안 대성당 외벽에는 '감사합니다(Merci)'라는 단어가 빛났다. 가디언은 이 장면이 이날 노트르담 재개관 기념식의 하이라이트였다고 평했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는 지금으로부터 5년 8개월 전인 2019년 4월 15일 발생했다. 화재 당시 첫 경보가 울렸을 때 성당 경비원이 불이 난 사실을 알지 못했고, 30분 뒤 두 번째 화재 경보가 울린 뒤에야 뒤늦게 인지했다. 파리 소방대는 이후 10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고, 이들이 도착해 불이 난 지붕의 다락방까지 올라갔을 땐 이미 불길이 목제 지붕 구조물을 통째로 삼키고 있었다. 일단 다락방에서 후퇴한 소방관들은 어둠 속에서 검은 연기를 뚫고 이동했으며, 첨탑이 무너지면서 녹은 납이 떨어지는 아찔한 상황에서도 성당 내 유물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한 소방관은 NYT에 "거대한 불도저가 쓰레기통에 수십 개의 돌을 떨어뜨리는 것과 같은 큰 폭발음이 났다"고 말하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처럼 소방관들은 목숨을 걸고 화마와 싸웠고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당시 파리 소방청장이었던 장 클로드 갈레는 "대성당이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 밤새 불길과 사투를 벌였다"고 했다. 그는 대성당 재개관을 앞두고 워싱턴포스트(WP)와 한 인터뷰에서 "소방관들이 잘 훈련돼 있었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었으며 기꺼이 목숨을 걸었다"며 "대성당이 사라지는 것은 역사와 종교적 의미에서 모두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빠르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편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은 7일 오후 7시 거행됐다. 이날 기념식에는 소방관들 외에도 성당 복원 작업자들, 가톨릭계 인사와 세계 각국 귀빈 등이 참석했다. 이날 참석한 주요 인사로는 당선 후 첫 해외 일정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영국 윌리엄 왕세자,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이 있었다.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성당 주변에선 시민 약 4000명이 외부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으로 기념식을 지켜봤다. 대성당의 개관 미사는 8일 오전 주제단 봉헌식과 함께 열린다. 이 미사에는 전 세계 170여명의 주교와 파리 교구의 본당을 대표하는 사제, 신자 등 초청된 인원이 참석하고 마크롱 대통령도 함께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첫 공개 미사는 같은 날 오후 6시 30분으로 예정됐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