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0차례 넘게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28% 넘게 오른 미국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가 내년에는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상승률 20%를 돌파하는 것은 1995년 이래 4년 연속 20% 상승한 이후 처음인 만큼 일부 분석가들은 상승세가 꺾이거나 둔화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우선 미국 주요 투자은행(IB)은 내년 S&P500지수가 올해보다 낮은 수익률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한다. JP모건,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는 S&P500지수의 내년 연말 전망치가 6500에 도달할 것이라고 본다. 이는 6일 종가 기준(약 6090) 대비 6.7% 상승한 수준이다. 바클레이즈(6600), 뱅크오브아메리카(6666), 도이체방크(7000) 등은 좀 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올해 상승률에는 한참 못 미친다.
WSJ는 “월가에서는 대체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친(親) 성장 중심 정책이 주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일부는 높은 이자율, 지정학적 혼란, 잠재적인 무역 전쟁이 시장 랠리를 꺾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인공지능(AI) 열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와 관련한 불확실성도 내년 시장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최근 AI 거품론을 재차 부각시키는 글로벌 리더 및 기관들의 평가가 부쩍 늘었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구글 모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뉴욕타임스 딜북 서밋에서 “쉽게 따먹을 수 있는 과일은 사라졌다”며 AI 개발 둔화에 대해 경고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 3대 자산운용사로 꼽히는 뱅가드는 최근 “AI 기술이 생산성 혁신을 가져온 컴퓨터와 유사한 효과를 일으킨다고 가정할 때, AI가 컴퓨터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확률은 60~65%인 데 반해 오늘날 미국 시장은 90% 확률의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며 AI 거품론을 제기한 바 있다.
강달러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미국 증시의 악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덧붙였다. 해외에서 사업하는 미국 기업들의 수익성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통계상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미국 저소득층 등의 소비지출 둔화도 마찬가지다. 인텔리전트 웰스 설루션의 로건 멀튼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소비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더 높은 목표를 세우기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월가가 내놓은 미국 증시의 장기 성장률은 더욱 비관적이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S&P500지수가 향후 10년간 각각 연 3%, 1%의 수익률을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미국 내수경제 성장의 가늠자’로 여겨지는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가 하반기 접어들수록 강세를 보인다는 점은 내년 증시에 낙관을 더하는 재료로 평가된다. 지난달 러셀2000지수 상승률은 같은 기간 S&P500지수 상승률의 두 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