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을 풍자한 대형 그림이 제주 시내에 등장했다.
9일 뉴스1은 제주시청 버스정류장에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탄핵정국 등 일련의 사태를 풍자한 대형 그림 4점이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이 그림을 그린 이들은 김승민·현유정·김강훈·김정운 등 제주 청년 작가 4명이다. 이들은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 사이 각자가 그린 작품 1개씩 총 4점을 내걸었다.
한 그림은 히틀러를 연상케 하는 콧수염을 기른 윤 대통령이 계엄 깃발을 들고 말을 타고 달리는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말 고삐를 잡고 끌려가는 모습을 그렸다. 이들 옆에는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도 있다. 또 다른 그림에는 윤 대통령, 김 여사, 한 대표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담겼다. 벌거벗은 윤 대통령이 무릎을 꿇은 한 대표에게 마치 대관식처럼 왕관을 씌우려 하는 그림도 있다. 또 시민들이 손에 든 촛불이 모여 큰불을 만든 모습을 표현한 그림도 내걸렸다.
김승민 작가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 대통령 탄핵안이 정족수 미달로 투표조차 성사되지 않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해당 사태는 권력의 욕망으로 동족 살해의 거대한 폭력이 내재한 끔찍한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집회에 나가니 어린아이들이 목청 터지게 구속하라, 탄핵하라를 외치고 있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마음을 모으고 목소리를 내주실 분들이 있으면 같이 뜻을 모아달라. 개인의 목소리가 아닌 시대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도 했다.
이 그림들은 게시 기간 표시 등 요건을 갖추지 않은 '불법 현수막'에 해당해 조만간 철거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법상 지정된 게시대가 아닌 곳에 설치한 현수막은 모두 불법 현수막이다. 설사 이 그림들을 현수막이 아닌 예술작품으로 보더라도 별도의 신고 없이 인도에 설치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철거 대상에 해당하는 '노상 적치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집회용품으로 신고된 광고물은 단속에서 배제된다. 이 그림들은 집회용품으로 신고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림이 걸린 장소는 윤석열 퇴진촉구 제주집회가 열리는 곳과 매우 가깝다. 집회용품으로 신고하면 현수막 개수 제한에서 자유롭고, 집회 신고 기간에는 집회가 열리지 않는다 해도 불명확한 단속 규정 때문에 철거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국일보는 제주시청과 관할 동사무소가 이 그림들을 '불법 현수막'으로 보고 철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철거는 예정된 수순이라고 생각했다"며 "마음을 모으고 목소리를 내주실 분들이 있으면 뜻을 모아달라. 작품만 보내주셔도 좋다"며 이러한 활동을 앞으로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