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10자년 걸리는 계산을 5분 내에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양자 칩을 개발하면서 꿈의 양자 컴퓨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9일(현지시간) 구글이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은 논문과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105개의 큐비트(양자 컴퓨터 구성 요소)가 탑재된 새로운 양자 칩 ‘윌로우’를 개발했다.
구글은 이 칩을 장착한 양자 컴퓨터가 현존하는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가 10 셉틸리언(10의 24제곱·septillion) 년, 즉 10자년 걸려야 풀 수 있는 수학적 계산을 5분 내에 풀었다고 설명했다. 외신은 “기존 컴퓨터가 우주의 나이를 뛰어넘는 시간 동안 풀어도 완료할 수 없는 수학적 계산을 해낸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양자 컴퓨팅이란 양자 역학적 원리를 활용해 기존 컴퓨터 대비 압도적인 속도로 계산을 처리하는 첨단 기술을 말한다. 기존 컴퓨터는 한 번에 0과 1의 값 중 하나만 택할 수 있는 비트를 이용하는 반면 양자 컴퓨터는 0, 1의 무한한 중첩이 가능한 큐비트를 사용해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다만 양자 컴퓨팅은 개발에 접어든 지 30년이 훌쩍 지났으나 여전히 실험 진행형인 기술이다. 가장 큰 문제는 큐비트가 시공간을 초월하는 속도로 계산을 처리할 수 있지만 작은 요인에 의해 쉽게 오류가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양자 컴퓨팅 개발의 핵심 걸림돌로 꼽혀왔다.
오류 수정 연구에 매진해 온 구글은 윌로우 내 큐비트 수를 늘려 오류율을 낮추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밝혔다. 또 오류를 실시간으로 수정할 수 있는 기능도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구글이 공개한 양자 컴퓨팅 기술은 테스트를 위해 만들어진 알고리즘이 이용됐으며 아직 적용된 사례는 없다.
구글은 기존 컴퓨터가 풀 수 없는 문제를 자사 양자 컴퓨터가 해결하는 사례를 내년에 발표할 예정이다. 하트무트 네벤 구글 양자 부문 책임자는 “구글이 비로소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구글의 윌로우 개발 소식을 타전하며 양자 컴퓨팅 기술이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NYT는 “구글의 성과는 과학자들이 이 기술에 대한 오랜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양자 컴퓨팅이 상용화된다면 인류는 AI, 의학, 배터리 화학, 암호화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존 프레스킬 캘리포니아공대 소속 물리학자는 “아직 수십 년이 더 걸릴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양자 컴퓨팅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자 컴퓨팅은 미·중 패권전쟁에서도 AI만큼이나 중요한 차세대 기술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내년 1월부터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 개발·생산에 필요한 핵심 부품 등에 대한 대중(對中) 투자를 금지하기로 했다.
미국에서는 구글을 비롯해 IBM, 인텔 등 대형 기업뿐만 아니라 아이온큐, 리게티컴퓨팅 등 관련 특화 스타트업이 양자 컴퓨팅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보조금 지급에 적극적인 중국은 양자 연구를 위해 152억달러 이상을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정보업체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양자 컴퓨팅 시장은 지난해 8억8540만달러(약 1조2600억원)에서 2032년에는 126억2070만달러(약 18조7200억원)로 커지는 등 연평균 34.8%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