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단독으로 삭감한 예산안이 10일 국회 문턱을 넘은 가운데 보건복지부의 내년 예산과 기금 총지출액은 125조4909억원으로 확정됐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수련수당 지원을 위한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전공의 육성을 통해 지역의료·필수의료를 강화하겠다던 정부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11일 복지부에 따르면, 확정된 내년 예산은 올해(117조445억원)보다 7.2% 증가했지만 당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125조6565억원)과 비교해 1655억원(-0.1%) 줄었다.
가장 크게 삭감된 부분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양성 및 적정 수급관리를 위한 예산이다. 3922억4200만원 가운데 931억1200만원이 삭감됐다. '전공의 수련환경 혁신 지원' 항목에서 756억7200만원을, '전공의 수련수당 지급' 예산에선 174억4000만원이 감액돼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와 여당은 의료계가 요구해 온 전공의 지원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이라고 주장했지만, 야당은 내년 상반기에도 전공의들의 복귀가 불투명하다며 예산을 삭감했다.
앞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8월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통해 수가 정상화 및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등 전공의 복귀 유도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놨다. 필수과목 전공의 수당을 확대하고 수련시설 개선과 교육비, 공동수련 등 수련혁신 등에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겠단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당초 정부 예산안에는 소아과, 내과, 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신경과, 신경외과 전공의에 대한 교육비를 지원하고, 필수과목 전공의에 대해 월 100만원씩 지급하는 수당도 지원 대상자를 대폭 늘리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예산 삭감에 따라 이같은 전공의 지원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 집행이 시작되는 즉시 추경 편성을 시작해 삭감된 민생 예산을 회복시키겠다고 했지만, 장기화하는 의정갈등 속에 전공의 관련 예산이 복구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최안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이 불러올 파장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방안 등을 급조해 내놓은 탓에 있던 예산마저 지키지 못하고 삭감당했다"며 "의료체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됐는지 수습도 못 하고, 국민들이 어떤 피해를 보게 될지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편, 복지부의 내년도 사업 가운데 일명 '김건희 표 예산'으로 논란이 됐던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 사업에서도 75억원, 국가 연구개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임무중심 연구개발(R&D) 예산에서도 69억원이 각각 감액됐다. 취약계층 아동의 사회 진출 시 학자금, 취업, 창업, 주거 마련 등에 소요되는 초기비용 마련을 지원하는 아동발달지원계좌 예산은 21억원 줄었고, 기초연금 지급 예산은 500억원 삭감됐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