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경찰수난사 조지호 청장 탄핵소추안 12일 표결 2년 임기 채운 청장은 5명 그쳐 비리·정치개입 혐의 구속도 잇따라 “임명권자인 정부 눈치 볼 수밖에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성 강화돼야”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11일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내란 혐의로 긴급체포하면서 14만 경찰 조직 수뇌부의 수난사가 올해도 되풀이되고 있다. 경찰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임기제를 도입했는데, 도입 이후 청장을 맡은 14명 중 임기를 채운 청장은 5명에 불과하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직을 내려놓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정치권력으로부터 경찰 독립성을 강화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조지호(왼쪽)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뉴시스 | 이날 국수본에 따르면 조 청장은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 출입 통제를 지시하는 등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돼 수사를 받고 있다. 조 청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2일 국회 표결을 앞두고 있어, 올해 8월 24대 경찰청장에 임명된 조 청장은 불명예 퇴진할 가능성이 높다. 경찰청장이 무탈하게 임기를 마친 사례는 많지 않다. 2003년 12월 ‘경찰청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고, 중임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의 경찰청장 임기제가 도입되고 청장에 오른 14명 가운데 5명(약 36%)만 임기를 채웠다. 13대 이택순, 19대 강신명, 20대 이철성, 21대 민갑룡, 23대 윤희근 전 청장이다. 윤 전 청장은 재임 도중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는 등 수차례 고발됐으나 임기를 끝까지 채웠다. 개인 비리나 정치 개입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구속되거나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적지 않다. 19대 강신명 전 청장은 2016년 박근혜정부 총선 당시 ‘친박근혜계’를 위해 정보경찰을 동원해 선거정보를 수집하는 등 총선에 개입하고 민간인을 사찰한 혐의로 올해 3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같이 기소된 20대 이철성 전 청장(당시 경찰청 차장)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았다. 16대 조현오 전 청장은 이명박정부 시절 정보경찰 등을 동원해 온라인에서 정부에 우호적인 댓글을 달게 하는 등 여론조작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을 확정받았다. 조 전 청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를 발견했다’고 말해 사자명예훼손 혐의와 뇌물수수 혐의로도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15대 강희락 전 청장은 건설현장 식당인 ‘함바집 운영권 비리’ 브로커에게 돈을 받아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고 이 형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개인 비리로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은 청장들도 있지만 정권의 편에서 정치 개입 혐의로 실형을 받은 사례도 꾸준했다. 경찰조직 인사가 정치권력이나 관료집단에 의해 좌우돼 독립성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력 ‘입맛’에 맞는 경찰이 수장 자리를 꿰차면서 부당한 지시에 반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과)는 “조 청장과 김 서울청장은 ‘고속 승진 혜택을 입었다’ 등의 이유로 가급적 (임명권자의) 지시에 따르려고 했을 테고 부당한 지시라도 적극적으로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경 이상의 경우 임명권자인 대통령실 눈치를 보게 되는데 행정안전부에 경찰에 대한 인사권·감사권 등을 행사하는 경찰국이 만들어지고 행정기관 예속이 더 강해졌다는 의견도 있다. 경찰국은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권이 강화되면서 경찰 견제·감시 필요성이 커졌다는 이유로 신설됐다. 이 교수는 “행안부에 경찰국을 둔 뒤 (경찰) 고위간부들은 승진을 위해 행안부 장관 명령을 받들어야 한다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일선서 경정급 경찰 관계자는 “경찰 수뇌부가 정치적인 자리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며 “수뇌부가 경찰조직이 아닌 정권을 바라보며 일을 해서 문제”라고 말했다. 경찰을 통제·견제하는 경찰정책 심의·의결기구인 국가경찰위원회가 유명무실하단 비판도 있다. 김도우 경남대 교수(경찰학과)는 “경찰이 독립적인 외청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받아야 하는데, 현재는 경찰 수장의 권력 남용을 통제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수뇌부를 견제할 수 있는 통제 기구가 유명무실한 상태에서, 청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개입마저 빈번해지니 이런 문제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한·이예림·이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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