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제조업체 애플이 미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과 함께 인공지능(AI) 연산 처리용 서버 칩을 개발하고 있다고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애플은 현재 '발트라'(Baltra)라는 코드명으로 제품 칩 개발을 진행 중이며,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3나노급(N3P) 공정이 생산에 사용될 계획이다. 양산 시점은 2026년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AI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며 "엔비디아의 칩을 구매하지 않기 위해 움직여 온 애플이 새 이정표를 세운 셈"이라고 평가했다. 애플은 앞서 지난 6월 연례 세계 개발자 콘퍼런스(WWDC)에서 자사의 서버 칩을 사용해 AI 기능을 구동할 계획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애플은 전 세계 AI 칩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오랜 기간 노력해왔다. 애플은 아이폰을 비롯해 자사 기기에 모두 독자 개발한 칩(SoC)인 '애플 실리콘'을 사용해 오고 있다. 아이맥·맥북 등에 탑재돼왔던 인텔 칩도 자체 개발한 M 시리즈 칩으로 대체했다.
애플이 손을 잡은 브로드컴은 뉴욕증시 시가총액 순위 10위권에 안착한 글로벌 반도체 및 인프라 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고성능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제품을 설계·개발한다. 애플은 지난해 5월 브로드컴과 5G(5세대 이동통신) 무선주파수(RF) 부품과 최첨단 무선 접속 부품 개발을 위해 수십억달러 규모의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주요 외신은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는 애플뿐만이 아니다"라며 "브로드컴은 칩 공급망을 다각화하려는 구글과도 맞손을 잡으며 생성형 AI 붐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가 됐다"고 설명했다. 브로드컴은 이날 뉴욕증시에서 전일보다 6%가량 오른 183.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선 68% 넘게 상승했다.
애플은 이날 자사 음성 비서 '시리'에 챗GPT를 탑재한 소프트웨어 배포 소식도 전했다. 오픈AI의 최신 AI 모델인 GPT-4o(포오)를 기반으로 구동될 시리는 이용자의 특정 질문에 챗GPT의 답변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이용자의 허락을 받아 챗GPT를 통해 답을 제시한다. 이용자가 새로운 이모지를 만들거나, 입력한 텍스트에 맞춰 이미지를 자동 생성하는 기능도 담겼다.
CNBC는 "애플 인텔리전스의 기능이 하나둘 추가되면서 많은 투자자가 아이폰 판매량 증가 및 업그레이드 주기 촉진을 기대하고 있으며, 앞으로 애플이 소비자 중심 AI 분야의 리더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들어 30% 넘게 상승한 애플 주가는 이날 246.49달러에 약보합 마감했다. 장중에는 사상 처음으로 250달러를 터치하기도 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