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군검찰과 함께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국방부가 공조수사본부(공조본)를 운영하기로 해 중복수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요 사건 수사를 공조본과 검찰 특수본에서 따로 진행했을 때 일선 수사 현장에서 빚어질 수 있는 혼선을 피하기 위해 하루빨리 검·경·군의 합동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전날 경찰과 공수처의 발표 전까지 경찰과 공수처의 공조본 출범 계획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앞서 공수처는 양 수사기관에 사건 이첩을 요청했지만 경찰이나 검찰 모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대검찰청의 제안으로 3개 수사기관의 수사 협의체 구성이 검토되던 와중에 갑작스럽게 발표가 이뤄졌다.
공조본 출범은 경찰과 공수처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 이번 수사의 주도권을 검찰에 뺏기지 않겠다는 같은 목적을 갖고 의사 합치를 본 결과로 보인다. 경찰은 내란죄에 대한 수사 권한을 갖고 있지만 강제수사를 위한 압수수색 영장이나 체포·구속영장 청구 권한이 없다.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이 적정성을 판단해 법원에 청구해주는 구조다.
실제 경찰 내부에서는 최근 검찰이 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것에 대해 ‘수사 가로채기’라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검찰은 이번 비상계엄 사건과 관련된 경찰 신청 영장은 검찰 특수본이 아닌 서울중앙지검의 별도 전담부서가 처리하고 있고, 영장 신청을 기각한 것은 이미 특수본에 파견된 군검찰이 군사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공수처의 경우 검찰과 마찬가지로 압수수색이나 구속영장 청구권을 갖고 있지만 검사와 수사관들의 잇따른 이탈로 만성적인 수사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이미 수사력의 한계가 드러나 폐지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이번 내란 사건과 관련된 핵심 피의자, 즉 내란 우두머리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이나 중요임무종사자에 해당하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기소권은 검찰만 갖고 있다. 공수처법상 공수처가 기소할 수 있는 대상은 대법원장,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본인 또는 가족의 고위공직자범죄 및 관련범죄 뿐이다. 조지호 경찰청장 등 경찰 간부 외에는 어차피 경찰이나 공수처가 수사하더라도 수사기록을 검찰에 넘겨 검찰이 기소 여부를 최종 판단해야 한다.
민주당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개정된 검찰청법에 따를 때 검찰이 내란죄를 수사할 수 없다며 현재 수사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 만든 불법적인 시행령에 의거한 수사라고 비난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확보한 증거들이 향후 재판에서 위법 증거로 배척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김 전 장관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검찰청법상 경찰이 범한 범죄와 이와 관련된 범죄를 수사할 권한이 검찰에 있기 때문에, 조지호 경찰청장 등 다수의 경찰 간부의 내란 가담 혐의가 문제된 이번 사건에서 다른 내란 공범들에 대한 수사권도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따라 검찰에 존재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히면서 수사권 논란을 불식시켰다.
한편 검찰, 경찰, 공수처가 각각 수사를 진행하면서 동일한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나 같은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중복 청구되거나 압수수색과 피의자 구속이 서로 다른 수사기관에서 이뤄지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미 법원은 중복 청구된 영장을 기각하며 수사기관간 조율을 통해 이 같은 상황을 피해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별검사가 임명되기 전까지 검찰과 경찰, 군검찰의 합동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금은 수사기관이 서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경쟁할 때가 아니라 신속하고 효율적인 수사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며 "경찰과 검찰, 군검찰의 합동수사가 최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내란 혐의를 규명하기 위한 특검법 처리가 예고되면서 수사가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정상적으로 발족한다면 현재 중복수사 논란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발의된 내란 특검법은 대통령이 시일 내 특검을 임명하지 않는다면 추천된 후보 중 연장자가 임명된 것으로 보는 규정을 둬 임명을 미루는 꼼수를 차단했다. 특검 후보 추천에서 여야를 배제하고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회장, 한국법학교수협회장이 각각 1명씩 추천하도록 했다. 다만 개별 특검법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내란 특검법은 아무리 늦어도 일주일 안에 특검 임명이 완료되도록 설계됐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