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내년 경제 회복을 위해 내수 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재정 적자율과 초장기 특별 국채 발행을 확대하고, 지급준비율(지준율)·금리 인하 등 유동성 공급 방침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중국 당정은 지난 11~12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등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중앙경제공작회의를 개최하고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했다.
회의 결과 "내년에는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며 "재정 적자율을 높이고, 초장기 특별 국채 발행과 지방정부 특별채권 발행·사용을 늘리며, 재정 지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적절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실시해 적시에 지준율과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충분히 유지해야 한다"며 "중앙은행의 거시 건전성과 금융 안정 기능 확장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지난 9일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국가 주석) 주재 회의에서 '온건'(중립)한 통화정책 기조가 14년 만에 '적절히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로 변경했다.
중국은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 지방 정부 부채, 소비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에 고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며 수출마저 악화할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이후인 지난달 25일엔 마약 문제를 들어 중국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은 지난 9월 말 1조위안 규모 장기 유동성 공급을 시작으로 금리 인하, 주식시장 안정화, 부동산 시장 부양 등 정책을 쏟아냈다. 내년에는 3%대 재정 적자율을 상향하며 경기 부양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경제학자들은 중국 정부가 예산 적자 비율을 GDP의 최대 4%에 이르는 수준으로 높여 경기 부양에 나설 것으로 예측한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인 재정 적자율이나 금리 인하 시기는 나오지 않았다.
장즈웨이 핀포인트자산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회의는 중국 정부가 올해와 같은 5% 안팎 성장 목표를 설정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재정 적자율 상향과 금리 인하는 예상됐던 것"이라면서 "방향은 분명하지만, 미국이 대중 관세를 발표한 뒤 구체화할 것으로 보이는 부양책 규모가 문제"라고 말했다. 중국은 트럼프 당선인이 대중 관세 부과 확정을 기다렸다가 구체적인 부양책 규모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2025년 중점 추진 사항은 지난해와 같게 9개로 요약했으나 우선순위에 변동이 있었다. 지난해 중점 추진 사항에서 두 번째로 언급했던 내수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전방위적으로 국내 수요를 확대하고 소비 진작 특별행동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브루스 팡 JLL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회의 결과는 당국이 집중하는 부문이 산업 부문에서 소비와 투자로 변화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그는 "외부 불확실성을 더 잘 헤쳐나가기 위해 국내 수요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래리 후 매쿼리 그룹 중국 경제 책임자는 "정부가 소비자에게 직접 돈을 나눠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가 더 많이 지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중국은 부동산시장 둔화나 지방정부 부채, 지방 금융기관 부실 문제 등에 '중점 영역 리스크'에 대해서는 "시스템적 리스크 발생 저지선을 지키면서 부동산시장의 하락 중단과 회복을 지속해서 힘 있게 추동한다"고 밝혔다.
현재 상황에 대해선 "외부 환경의 변화가 가져온 불리한 영향이 깊어지면서 우리나라(중국) 경제 운영은 여전히 적지 않은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내년 경제 정책 목표로는 '온중구진(穩中求進)·이진촉온(以進促穩)·수정창신(守正創新)·선립후파(先立後破)·계통집성(系統集成)·협동배합(協同配合)'을 제시했다. '안정 속에 발전을 추구하고, 발전을 통해 안정을 촉진하며, 올바름을 지키며 혁신하고, 먼저 새것을 확립하고 나중에 낡은 것을 타파하며, 체계적으로 힘을 모으고, 협동·협조한다'는 의미다. '온중구진·이진촉온·선립후파'는 지난해 '12자 방침'을 그대로 따왔으나 '수정창신·계통집성·협동배합'은 새로 추가됐다.
중국은 통상적으로 매년 3월에 열리는 양회에서 경제 성장 목표를 발표한다. 그러나 CNBC는 중국이 내년 GDP 성장률 목표도 약 5%로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널리 퍼져있다고 밝혔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