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마러라고 자택이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수장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까지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기 위해 구애에 나섰다. 그간 트럼프 당선인은 물론, 최측근으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도 대립각을 세워온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이 잇따라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미 정치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1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 타종 행사에서 "베이조스가 다음 주에 찾아온다"며 두 사람의 마러라고 회동을 시사했다.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마러라고는 현재 정권 인수팀 본부로 활용되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이다.
이번 만남은 베이조스 CEO의 적극적인 구애로 성사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앞서 베이조스 CEO는 지난 4일 "(트럼프 당선인이) 규제를 줄이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는 듯 보인다"며 "그를 도울 수 있다면 돕겠다"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과거 자신이 소유한 워싱턴포스트(WP)의 비판적 보도 등으로 트럼프 당선인과 껄끄러운 관계였던 베이조스 CEO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 사설을 차단하는 등 관계 회복에 시동을 걸었다.
트럼프 당선인에 구애 중인 빅테크 CEO는 그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CNBC와의 별도 인터뷰에서도 "저커버그가 나를 만나러 왔다. 내겐 머스크도 있고, 베이조스도 다음 주면 온다"면서 "나는 그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고 싶고 그들이 잘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랜 민주당 지지자로 알려진 저커버그 CEO 역시 과거 트럼프 당선인의 지지자들이 일으킨 1·6 의사당 폭동 이후 트럼프 당선인의 페이스북 계정을 차단하는 등 불편한 관계였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퍼스트 버디'로 급부상한 머스크 CEO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면서 그와 마찰을 빚어온 기업인들의 발걸음도 한층 바빠지고 있다. 저커버그 CEO의 경우 지난달 말 마러라고 만찬에 참석해 트럼프 행정부의 개혁에 동참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는가 하면 최근에는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준비펀드에 100만달러(약 14억원)를 쾌척한 것으로 확인됐다. 저커버그 CEO는 머스크 CEO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이자 한때 '현피'까지 거론됐던 앙숙 관계다.
머스크 CEO와 소송 중인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이달 초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이 중국과의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트럼프 행정부와 협력하길 고대한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오픈AI의 영리화를 놓고 갈라선 머스크 CEO에 대해서는 "어릴 적 그를 슈퍼 히어로처럼 여겼다"며 치켜세우면서도 "일론이 경쟁사를 해치기 위해 정치적 권력을 사용하는 것은 지극히 비미국적인(un-American) 일"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