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적 혼란 상황은 길어도 1~2달이면 안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계엄사태와 탄핵정국에 따른 대외 신뢰도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외국계 투자사들에게 한국이 안정적인 투자처라는 인식을 전해주기 위해서다. 계엄사태 후 연일 경제 상황을 챙기는 오 시장은 대권 잠룡으로서의 정치적 메시지도 아끼지 않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에서 외국계 금융·투자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최근 일련의 상황으로 서울에 투자를 계획하던 외국계 기업들의 고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깊으셨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서울시는 경제 전 분야에 걸쳐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오 시장은 외국계 금융·투자사 대표들을 향해 "대내외적인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굳건한 원칙 속에 한국은 신속히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자신했다. 지난 11일 일본 모리기념재단의 세계 도시 종합경쟁력 지수에서 서울이 지난해보다 한 단계 올라선 6위를 차지한 사실을 언급하면서는 "서울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중 하나이자 지속적인 산업지원 정책에 따른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서울시가 추진한 정책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5조원 투입을 약속한 '서울비전 2030펀드'를 시작으로 창조산업, AI(인공지능), 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 활동을 설명하며 "첨단산업의 글로벌 인재 유치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인 추가 투자도 예고했다. 오 시장은 "외국 투자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전담 채널로 글로벌 기업·자본 유치 전담 기구인 '인베스트서울'에 외국인 투자기업 솔루션 센터를 설치·운영하겠다"며 "외국인 투자 유치 전략 자문을 위한 싱크탱크를 구성하고 내년에 지자체 최초로 투자유치 전담기관인 '서울투자진흥재단'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서울 전략산업에 특화된 투자 유치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현 정치적 혼란은 1~2달이면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의 정치·경제적 어려움을 단숨에 극복하고 단기간에 안정을 회복하는 저력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오 시장의 판단이다.
정치권에서는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서 경제 회복을 위한 행보와 함께 당내 중진으로서의 무게감 있는 영향력을 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 시국과 관련해 오 시장은 지난 10일 경제단체를 시작으로 관광업계, 자치구 등과 연일 만나며 대응책을 고심 중이고 종전과 결이 다른 정치적 메시지도 내놓고 있다. 지난 6일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 공동 성명을 통해 탄핵에 반대했던 오 시장은 전날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며 일주일 만에 입장을 바꿔 각을 세웠다. 당내 광역단체장 가운데 처음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현 시국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