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각각 수사 중인 검찰과 공조수사본부(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국방부, 공조본)의 칼끝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한 모습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계엄군·국무위원 등으로 수사 대상을 확대하며 주변을 샅샅이 훑는 ‘저인망식 수사’에 나선 반면, 공조본은 경찰 지휘부 수사와 함께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곧장 ‘꼭짓점’으로 향했다.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서는 서로의 수사 결과를 종합해야 하는 만큼 경쟁을 벌이는 양측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김 전 장관 구속에 성공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비상계엄 당시 병력을 투입한 계엄군 지휘부를 겨냥하고 나섰다. 군검찰과 협조하고 있어 군부대 직접 수사에 용이하다는 점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여 사령관을 상대로 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지시를 받았는지, 선거관리위원회에 방첩사 요원을 투입한 이유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검찰은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등을 불러 조사하는 한편 방첩사령부, 특수전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등 핵심 부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또 지난 3일 문제의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국무위원 11명 중 한 명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국무위원 중 처음으로 소환 조사했다. 사건 관련 인물을 샅샅이 조사하면서 핵심 피의자를 향해 포위망을 좁히는 검찰 특유의 수사 방식으로 해석된다.
이와 달리 공조본은 경찰청장·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 수사와 함께 곧장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에 돌입했다. 검찰보다 먼저 대통령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고, 특히 이번 사태의 ‘스모킹건’으로 꼽히는 김 전 장관 비화폰을 확보했다. 비화폰은 도·감청, 통화녹음 방지 프로그램이 깔린 보안 휴대전화로,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이를 이용해 현장 지휘관에게 여러 차례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핵심 물증으로 꼽힌다. 또 계엄사령부가 상황실로 사용했던 합참 지하 지휘통제실의 3∼4일치 CCTV 영상도 임의제출 방식으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중복 영장을 허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통령실 직접 수사의 키는 공조본이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현재와 같은 양 갈래 수사로는 실체적 혐의 규명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비화폰을 확보했어도 실제 사용자 진술이 뒷받침돼야 하고 계엄군 지휘관의 진술을 확보했다 해도 이를 확인할 직접적인 물증 확보는 필수다. 최종 혐의 입증 단계에서는 양측 수사 결과가 모두 모여야 한다는 의미다.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법이 통과했지만, 정식으로 특검이 발족하기 전까지는 수사 경쟁이 불가피하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증거 확보를 위해서는 시간을 다툰다. 박근혜·최순실 특검도 이전에 수사기관에서 열심히 수사해 놓았기에 그 증거를 토대로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니 국민들 보기에 더 열심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