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한달여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일일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1500여명을 대상으로 사면·감형 조치를 단행했다. 이달 초 기존의 입장을 뒤집고 차남 헌터 바이든을 사면한 지 약 열흘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성공적인 재활을 보여줌과 동시에 지역 사회를 더 강하고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헌신한 39명을 사면하고 장기 복역 중인 약 1500명의 형을 감형한다"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자택 격리 조치된 이들은 가족과 지역사회에 성공적으로 복귀했고 두 번째 기회를 받을 자격이 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번 사면 명단에 오른 39인은 마리화나 소지 등 비폭력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이다. 감형 대상이 된 1500여명의 경우 2020년 팬데믹 당시 전염병 확산 방지 차원에서 석방돼 자택 격리 중인 사람 중 형기가 남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규정을 위반해 교도소로 복귀한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자택에 머물며 당국의 감시 아래 취업 등 일상생활을 누려왔다.
백악관에 따르면 이번 사면·감형 규모는 일일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마리화나 단순 사용 및 소지로 유죄 판결을 받은 개인과 성소수자(LGBTQI+)인 전직 군인들에게 사면을 내린 최초의 대통령"이라며 앞으로 몇 주안에 추가 사면 또는 감형 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일 자신의 약속을 뒤집고 차남 헌터 바이든을 사면해 도마 위에 오른 지 11일 만에 나왔다. 헌터는 지난 6월 불법 총기 소지 및 세금 포탈 혐의로 유죄평결을 받고 이달 형량 선고를 앞두고 있던 상태였다. 이론상 적용될 수 있었던 형량만 총기 법령 위반 사건이 최대 25년, 탈세 사건이 최대 17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대통령의 대규모 사면 및 감형 결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비폭력 마약 범죄로 기소된 1700명 이상의 형을 감형했다. 내달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경우 1기 시절 사면만 총 144건 발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은 거의 20년간 중단됐던 사형 집행을 첫 임기에 재개했던 트럼프에게 권력을 넘기기 전에 선제적 사면을 취하라는 주변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전했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 등 각계 인사들 사이에선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후 대규모 사형 집행이 이뤄질 것을 우려해 사형수에 대한 감형을 촉구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시사주간지 타임에서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공개된 인터뷰에서 '1·6 의회 폭동 사태' 관련자를 내년 1월20일 취임 즉시 사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6 의회 폭동 사태는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트럼프 당선인의 극렬 지지자들이 워싱턴 D.C. 의회 의사당에 난입한 사건이다. 그는 관련자 사면을 "(취임) 한 시간 안에 시작할 것"이라며 "아마 첫 9분 이내에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